미국 계정으로 접속한 애플뮤직은 신세계였다. 너무 좋았다. 음원이 매우 풍성했다. 감히 한국 애플뮤직이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같은 애플뮤직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나는 독일 출신의 지휘자 세르지우 첼리비다케를 좋아한다. 그의 음원은 한국 애플뮤직에 없다시피 했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중요한 앨범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므로 없는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미국 애플뮤직은 그렇지 않았다. 애플뮤직 검색창에 Celibidache를 치고 엔터키를 누르면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할 정도로 많은 앨범이 쏟아졌다. 내가 찾는 앨범이 다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있었다.
재즈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펫 연주자 스탄 겟츠가 말년에 녹음한 실황 앨범 ‘People Time’은 내가 아끼는 음반이다. 하지만 한국 애플뮤직에는 이 유명한 음반 중에 딱 2곡만 열려 있었다. 나머지는 들을 방법이 없었다.
미국 애플뮤직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애플뮤직에는 온전한 앨범이 올라와 있었다. 스탄 게츠뿐이 아니다. 저 위대한 마일스 데이비스는 물론,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 등의 앨범이 미국 애플뮤직에는 방대했다.
나는 클래식과 재즈를 주로 듣지만, 가요도 즐겨 듣는다. 요즘은 블랙핑크가 좋다. 제니...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도록 하자. 미국 애플뮤직이니까 블랙핑크는 없을 것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몰라도 블랙핑크는 없을 것이었다.
있었다. 블랙핑크가 있고 최백호가 있고 이소라가 있고 멜로망스가 있고 심지어 1994년에 나온 마로니에도 있었다. 아 칵테일 사랑이라니. 여기에서부터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대체 한국 애플뮤직은 무엇이란 말인가. 애플에 한국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애플이 한국을 호구로 보고 있다”며 분기탱천한 내게 지인이 말했다. “애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음원 유통구조가 다르고 헤게모니를 잡은 세력도 다르다. 애플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궁금하다. 같은 애플뮤직인데 대체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미국 계정이 한 2000원쯤 더 비싸다. 그 때문인가. 사회부나 문화부 기자라면 한 번 파볼 만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국제부 기자이므로 안 파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