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헬스장은 나의 천국이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5분, 바벨을 떨굴 수 있는 바닥, 안마의자, 냉온탕을 갖춘 지상 낙원이었다.
느낌 좋은 날에는 파워클린하고 바닥에 바벨을 던지듯 내려놨었고, 야근인 날은 저녁을 대충 먹고 안마의자에서 피로를 풀었다. 운동 후 냉탕에 몸을 담그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극저온 냉동치료가 부럽지 않았다.
낙원의 문이 다음 달 중순에 닫힌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타산이 안 맞아서 문을 닫는다. 월세가 1억이라던가. 하긴 넓은 평수에 2개 층을 쓰고 있었으니.
이번 달까지만 다니게 됐다. 안녕 넌 좋은 헬스장이었다. 사랑했어.
회원 매칭이 좀처럼 안 되는, 그래서 늘 헬스장 주변을 걸어 다니면서 원판, 덤벨을 정리하는 막내급 트레이너가 있다. 언젠가 탈의실에서 그가 전화 통화하는 걸 들었다. 서울말을 쓰던 그는 그는 경상도 사투리로 보내주신 반찬 잘 받았다. 버스 타고 내려가겠다 등의 얘기를 했다. 엄마와 통화하는 것 같았다.
그 많은 트레이너, 데스크 직원, 청소 아저씨·아줌마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이름까지 트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익혀서 눈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였는데. 그들은 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회사 뒤에 다른 헬스장을 알아보고 있다. 3개월을 등록비에 10만원을 추가하면 6개월을 다니게 해준단다. 다음 달부터 다닐 생각이다. 그 안에 인사발령이 나서 외근하는 불상사는 안 생기겠지. 기도하자.
운동일지를 안 쓰고 싶을 정도로 이번주는 운동이 안 됐다. 월요일 스콰트 187㎏에 실패했다. 화요일 벤치 126㎏에 실패했다. 목요일 데드리프트 200㎏에 실패했다. 오늘 밀리터리프레스 하는 날인데, 안 했다. 속이 상해서 루틴(운동 프로그램)을 바꿔버렸다.
러시아 리프터들이 사용한 스콰트 특화 ‘스몰로브 루틴’과, 유명한 파워리프터가 만든 데드리프트 특화 ‘마그누손-오트마이어 루틴’을 섞어서 할 생각이다. 몸이 견뎌낼지 모르겠다.
정통 스몰로브는 주 4회 해야 한다. 이걸 주 2회 월, 금에 하고 수요일에 데드를 할 요량이다. 데드는 주 1회가 원칙이라서 루틴 그대로 하면 된다.
스몰로브는 지독하게 힘들지만, 확실한 증량을 담보한다. 나는 오랫동안 스콰트 170㎏를 돌파하지 못했는데 스몰로브를 한바퀴 돌리고 190㎏에 성공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다.
당장 오늘 시작했다. 워밍업, 유산소 운동은 기록하지 않는다.
안녕. 넌 좀 설계가 잘못된 스콰트랙이었지만, 그래도 함께 해서 좋았어.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