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500만원짜리 가방의 만듦새가 50만원짜리 가방의 그것보다 10배나 좋을까. 몇몇 특별판을 제외하면 조니워커 블루라벨(이하 블루)은 조니워커 하우스에서 가장 비싼 블렌디드 위스키다. 주류전문점 기준으로 750㎖ 1병에 23만원이다. 12년산인 조니워커 블랙라벨(이하 블랙)은 700㎖에 4만원이다. 조니워커 더블블랙(이하 더블블랙)이라는 변종도 있다. 1ℓ에 6만 8000원이다.
블루는 블랙보다 옅은 호박색을 띤다. 코르크를 열면 부드럽고 신선한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채 자에 따르지도 않았는데. 아, 환상적이다. 향처럼 맛도 부드럽고 신선하다. 미각을 곧추세우면 혀끝에서 목구멍까지 술이 닿는 곳곳에서 과일향, 스파이시함, 스모키함, 달달함이 연속적으로 느껴진다. 그러고는 스르르 미끄러지듯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삼킨 뒤에는 콧구멍 안쪽으로 오크통 냄새와 스모키향이 뒤섞여 올라온다.
12살 블랙은 혈기왕성하다. 냄새부터 기운이 넘친다. 블랙을 따른 잔에 코를 박으면 위스키향이 콧구멍을 찌르듯 파고든다. 양주로구나! 어지간한 술꾼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잔에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지 않는 게 좋겠다. 과연 블랙에서는 블루와 같은 천변만화는 느끼기 어렵다. 대신 블랙에는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 바닐라향이 깊고 진하다. 피트향이 도드라진다. 술잔을 비운 뒤에도 오래도록 탄내가 감돈다. 묵직하다.
처음 더블블랙을 보고 “오 이건 블랙보다 두 배 맛있다는 소린가”하고 허튼 상상을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과일향이 난다’ 또는 ‘스파이시함이 느껴진다’ 정도가 아니다. 블랙과 비슷한 계열의 맛과 향이 훨씬 강하고 노골적으로 난다. 그러나 천박하지는 않다. 피니시는 바닐라와 훈연이다. 식도를 타고 올라와 콧속을 휘감는다. 워낙 맛과 향이 진해 온더록에서도 발군이다.
내 입에는 셋 다 맛있는데,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했을 때 만족감은 더블블랙이 가장 컸다. 블루가 부드럽고 좋기는 했지만, 블랙 또는 더블블랙보다 몇 배나 좋지는 않았다. 블랙과 더블블랙도 충분히 좋았다. 사실 다 무시하고 내 입에 제일 잘 맞았던 것은 더블블랙이었다. 입이 쌈. 마음을 다친 날 블루를 마시면 좀 위로가 된다. 블루를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호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