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맛있어서 술꾼의 나라가 된 것일까, 술꾼의 나라여서 맛있는 술을 만든 것일까. 어찌됐든 간에 아이리시(아일랜드산) 위스키 제임슨은 맛있는 위스키다.
제임슨을 술잔에 따르고 코를 박으면 달콤한 향이 콧구멍을 잡아끈다. 제임슨에서는 특유의 ‘양주 냄새’가 안 난다. 보통 피트(Peat·이탄)향을 양주 냄새라고 한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제조 과정에서 피트를 안 쓴다. 길게 얘기하면 머리 아프니까, 그냥 제임슨에서는 양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넘어가기로 하자.
출처 : 제임슨 홈페이지
피트향은 양주 입문의 최대 걸림돌이 되곤 한다. 누구는 좋아서 환장하는데, 또 다른 누구는 조금만 맡아도 인상을 찌푸리는 그런 냄새다. 위스키계의 고수랄까.
나는 피트향을 몹시 좋아한다. 하지만 피트향이 나지 않는 제임슨 또한 좋아한다. 제임슨은 싱그럽다. 제임슨을 마시면 과일향이 난다. 이어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 “음 좋군” 할 때쯤 제임슨은 식도를 타로 스르르 넘어간다. 제임슨은 묵직하지도 않고 깊이도 없다. 대신 밝고 힘차다.
온더록에서는 별로다. 힘이 부친다. 보통 맛과 향이 진한 위스키가 온더록에서 제 실력을 낸다. 온더록이 스트레이트보다 더 좋은 술도 있다. 제임슨은 아니다. 제임슨을 소다나 진저에일에 섞어 먹기도 한다. 제임슨을 흑맥주 기네스, 리큐르 베일리스에 타 마시는 칵테일 ‘아이리시 카밤’이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제임슨 술병에 그려진 범선을 보면 설렌다. 범선은 언감생심, 통통배라도 좋으니까 갑판에 드러누워 바다에 비추이는 달빛을 보며 제임슨을 마시고 싶다. 제임슨 700㎖ 한 병에 약 3만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