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결국 아비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것이었다.
2년 전쯤 텐트를 샀다. 텐트만 사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텐트만 치니까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지 못해 엉덩이가 찼다. 돌멩이가 배겨 불편했다. 해가 지자 텐트 안이 칠흑처럼 까매졌다.
텐트 아래에 방수포를 깔았다. 텐트 안에는 얇은 매트를, 그 위에 다시 도톰한 매트를 댔다. LED 램프를 천장에 달았다. 아내와 내가 앉을 무중력 의자, 큰놈용 미키마우스 의자를 마련했다. 그것들을 운반할 수레까지, 샀다.
토요일(2018.9.1.)과 일요일,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아서 아들들과 내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토요일에 집 근처 공원에 텐트를 치고 놀았다.
이제 좀 구색을 갖춘 텐트 안에서 아들들이 뒹굴었다. 뭘 좀 아는 큰놈은 아주 신이 났고, 아직 뭘 모르는 작은놈도 많이 웃었다. 아내는 텐트에서 놀다가, 무중력 의자에서 놀았다.
아내와 아들이 텐트 주변에서 놀 동안 나는 저기 푸드코트에 가서 핫도그를 사다 먹고 먹였다. 줄이 길었다. 걸어서 10분 거리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다 먹고 먹였다. 큰놈에게는 쭈쭈바와 솜사탕을 사줬다.
일요일에는 큰놈과 전기로 움직이는 어린이용 자동차를 타고 놀았다. 그 차는 처형네 것이었다. 큰놈은 제것도 아니면서 제것인양 그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또래 아이들이 부러운 듯 놈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벤츠 SL500을 본떠 만든 차였다. 내 차는 2000㏄짜리 국산차다. 녀석이 타는 차가 내 것보다 낫구나, 언젠가 “아빠, 아빠 차는 왜 벤츠가 아니야?”라고 물으면 무어라 답해야 하는가, 따위의 생각을 했다.
아들에게 전기로 움직이는 어린이용 차를 사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들이 둘이니까, 사도 꽤 오래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주지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었다. 나는 적당한 ‘결핍’이 성장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너무 부족하게 자란 아이뿐 아니라 너무 풍족하게 자란 아이 또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침대에서 내가 물었다. “OO, 어제오늘 아빠랑 놀아서 재미있었어?” 큰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아빠 내일 회사 가?”가고 물었다. 나는 “응. 내일은 회사 가지”라고 했다. 놈이 인상을 쓰고 입을 내밀었다.
놈은 “왜?”라고 물었다. 내가 답했다. “회사 가서 돈 벌어야 OO 맛있는 까까 사주지. 아빠 회사 가는 거 싫어? 가지 말까?”하자 놈이 표정을 바꾸며 “아니. 가”라고 했다. 놈이 귀여워서 크게 웃었다.
결국 부모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것이었다. 돈을 벌어 가족을 건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고달프고도 기쁜 일이다. 아내가 곧 복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