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아빠를 제일로 사랑해”라며 큰놈이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게 뽀뽀했다. 내 양 볼에 했고, 입에 했다. 그러더니 “이마에도”라면서 입을 맞췄다. 기뻤다. 놈은 “엄마도 사랑하고, 할머니도 사랑해”라고 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날 큰놈의 체온이 39도까지 올랐다. 나는 놈을 안고 병원으로 갔다. 집 근처에 연중무휴 어린이 병원이 있다. 편도선염이라고 했다. 몸은 불덩이인데 놈은 쌩쌩했다. 양팔을 뒤로 뻗고 “번개처럼 빠르게”라면서 뛰어다녔다.
진료를 받고 약을 타고, 놈이 고른 ‘로보카 폴리’ 열패치(열이 날 때 이마 등에 붙이는 패치. 패치가 차가워 열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를 사줬더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무릎 앉아 자세로 눈을 맞춘 내게 놈은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하고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놈이 아픈 게 속상했다. 내가 “OO 아프지 마, 네가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차라리 낫겠다”고 툭 말했다. 놈이 갑자기 울었다. 울면서 “아빠가 아프면 너무 슬퍼”라고 말했다. 나는 놈을 꼭 안고 “그래그래. 아빠 안 아플게”라고 했다.
밥상머리에서 놈은 “아빠 싫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밥을 안 먹고 미적대고, 할머니한테 밥 먹여 달라고 땡깡을 부리기에 내가 놈의 밥그릇을 치워버렸더니 울어버렸다. 나는 “OO 배 안 고프구나. 그럼 먹지 마”라고 말했다.
큰놈은 점점 아기가 돼 간다. 말만 잘하는 녀석이 부러 우는소리를 낸다든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울음을 터뜨리는 식이다. 놈은 작은놈을 질투하는 것 같았다. 둘째가 조금만 울어도 엄마, 아빠가 달려가 안아주고 어르고 달래니까. 큰놈의 상실감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어려웠다.
녀석이 작은놈을 오른손으로 밀어 넘어뜨렸을 때, 작은놈의 뒤통수가 바닥에 닿으면서 ‘쿵’ 소리가 났을 때, 툭, 내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나는 큰놈을 번쩍 안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녀석에게 내본 적 없는 큰 소리로 혼을 냈다. 놈은 서럽게 울었다.
놈을 거의 윽박질러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라든 대답을 들어냈다. 그게 효과가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놈은 그 이후에도 작은놈에게 몇 차례 완력을 사용했다. 큰놈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작은놈은 혼자 잘 노는 큰놈에게 엉겨붙어 훼방을 놓거나 위, 아래 각각 네 개씩 난 이로 큰놈을 앙 물었다.
큰놈을 앉혀놓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OO야, XX(동생)이는 아기라 아직 말을 못 해. 말을 못 해서 우는 거야. OO은 형아잖아. 말 잘하잖아. 울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돼. 그러면 엄마 아빠가 해줄 거야.”
나는 또 “XX 때문에 많이 속상하지. 네가 장난감을 다 갖고 놀려고 하면 안 돼. 그럼 XX이가 계속 달려들어서 너 못살게 군다고. 네가 노는 것 중에 덜 마음에 드는 걸 XX이 줘. 제일 좋아하는 걸 네가 갖고 놀면 되잖아.”
큰놈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반응이 없다. 알아듣기는 한 것일까. 알 도리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일단 큰놈과의 감정 싸움을 최소화할 생각이다. 놈이 울거나 떼를 쓸 땐 일단 달래주고, 큰놈이 동생에게 힘을 쓴다고 무조건 혼부터 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 역시 알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