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부산에 가면 사랑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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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갬성에 취해 쓴다. 이 글은 사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일 것이다.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 나의 등에 와 닿았다. 그가, 그를 기다리는 나를, 뒤에서 안았다. 이제는 그의 감촉을 거의 다 잊었지만, 그날의 포옹은 기억한다. 그 서점은 아직 남아있을까.

우리는 서점 건물 꼭대기의 술집에 자주 갔다. 술집에 앉으면 항구가 보였다. 찌개만 시켜도 상다리가 부러져라 밑반찬이 나왔다. 놀라는 내게 그는 “여기선 원래 이래”라고 했다. 소주병을 얼음 주전자에 담가 차게 마셨다.

나는 거의 매주 그를 만나러 갔다. 나는 싸구려 관광호텔에 묵었다. 종업원이 나를 알아보고 바다가 보이는 방을 내줬다. 바다라고 해봐야 에메랄드빛과는 거리가 먼, 고깃배가 오가는 시커먼 바다였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는 바다를 보면서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을 나누고 침대에 누워 바다를 보았다. 뱃고동 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그가 집에 가고 나면 나는 그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그는 가끔 밤에 몰래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밤새 술을 먹었다. 그런 날에는 여지없이 필름이 끊겼다. 한 번은 와인을 마시고 꼬냑을 마시고 데킬라를 마셨다. 내가 호텔 방에 토를 했다. 그가 다 닦아주었다.

그는 내가 부르는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좋아했다. 그는 자주 악몽을 꿨다. 악몽을 꾼 새벽이면 그는 내게 전화를 해 사랑한다는 말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잠들었다.

헤어지자고 그가 내게 말한 날, 그는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나는 노래했다. 울지는 않았다. 그와의 이별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어렸다. 순수했고, 뜨거웠다. 미숙했지만, 젋음의 빛으로 찬란했다. 가수 최백호가 부른 ‘부산에 가면’을 들으면 그때로 돌아간다. 나는 그가 그립지 않다.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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