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은 차마 신문에 쓰지 못한 이야기,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찰이었으며, 액션 영화배우였고, 반정부 세력 지도자였던 오스카 페레스의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군 특수부대가 페레스의 은신처를 포위했다. 그는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 속에서 그는 말했다. “정부군이 우리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진다. 항복하겠다고 했지만 듣지 않는다. 방금 우리를 죽일 거라고 했다.” 눈물이 맺힌 옅은 녹색 눈동자가 떨렸다. 총성이 울렸다.
정부군은 이날 페레스와 지지자 다섯 명을 사살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시각에서 페레스는 테러리스트였다. 생전에 페레스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싸우자고 베네수엘라 민중에 호소했었다.
페레스는 지난해 6월 27일 갑자기 나타나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그는 경찰 헬리콥터를 탈취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내무부와 대법원 청사에 총 15발을 쏘고 수류탄 4개를 던졌다.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경찰로 15년간 복무했다. 그는 영화 제작자이자 배우이기도 했다. 2015년 경찰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Suspended Death’에 경찰로 출연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자가 승리한다는 텔레비전의 메시지는 거짓말”이라면서 “아이들의 범죄 가담을 막기 위해 영화 제작과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그의 배우 경력과 작위적인 인스타그램 성명 발표 영상 등을 이유로 페레스의 정체를 의심하기도 했다.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마두로 대통령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페레스는 정부 건물을 공격한 뒤 자취를 감췄다. 그는 모습을 숨긴 채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촉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13일 반정부 시위 현장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페레스는 “필요하다면 우리의 목숨을 버릴 수 있다. 전국에 저항을 촉구한다”고 말하고 바로 떠났다.
페레스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7월 30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국민투표를 강행해 초법적 기관이자 자신의 권력 유지 수단인 ‘제헌의회’를 설립했다. 군대가 도로를 점령했고 시위는 자취를 감췄다.
페레스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망하기 전까지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망 당일, 그는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려 자신이 정부군에 포위됐음을 알렸다.
정부군이 포격을 시작했다. 그는 “투항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고, 정부군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상 속 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페레스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예수 그리스도가 나와 동행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데릭, 산티아고, 세바스찬, 내 아들들아 내 온 마음으로 너희들을 사랑한다. 곧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의 시신은 지난 21일 카라카스의 한 묘지에 묻혔다. 국가수비대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위를 에워쌌다. 유가족 2명과 지인 몇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