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면 듣는 노래, 다들 하나쯤은 있으시죠?
원래 오늘 포스팅하려는 음악은 따로 있었는데, 급히 바꿨어요. 제가 오늘 들은, 비 오실 때 듣는 노래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졌거든요. 곧 올 장마철에 대비해 오늘은 2곡만 방출하겠습니다.
왜 비가 오시면 공기부터 달라지잖아요. 착 가라앉고. 덕분에 침착해진달까요. 아직은 무덥지 않아서, 꿉꿉하지도 않아요. 좋네요. 지금 회사인 것만 빼면.
비가 내일 새벽까지 오신다니까, 연휴 밤의 끝을 잡고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 저처럼 슬픈 운명을 맞으신 분들은 퇴근길에 들으셔도 좋겠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연주 미샤 마이스키 녹음 1984년)
이건 저만의 명반이에요. 아시는 분보다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어쩌지...
아시다시피 카잘스, 로스트포포비치, 푸르니에 등 기라성 같은 첼리스트의 녹음이 남아있어요. 다 탁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끼는 것은 1984년 마이스키입니다.
제 첫정이기 때문일 겁니다. 카잘스의 연주를 LP로 처음 듣기는 했습니다. 아, 좋죠. 시대를 초월해서. 하지만 CD로 사서 CD플레이어에 넣고 다닌 것은 1984년의 마이스키였어요.
서정적이고 감미롭습니다. 갬성이 충만하죠. 현에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싫어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무엇보다 바흐 해석에는 걸맞지 않는다고 해요. 누가 뭐래도 저는 좋아합니다.
고요한 밤 빗소리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고3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가 오면 이 노래를 들었어요. 중간중간 스읍, 마이스키의 호흡 소리가 들리는데요. 그것 또한 음악처럼 들린답니다.
마이스키는 같은 곡을 1999년에 한 번 더 녹음했습니다만, 제 귀에는 역시 1984년의 것이 더 좋게 들립니다. 1999년 것은 좀 더 빠르고, 더 매끈해요. 역시 좋긴 합니다.
유명한 앨범 ‘오프램프’에 들어있는 유명한 곡이죠. ‘나랑 같이 갈래요?’라는 제목도 참 설레요.
‘딴딴 딴 딴 딴딴’ 반복되는 리듬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거기에 팻 메스니의 독특한 음색, 기타 신디사이저의 음색이 어우러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죠.
저는 이 음악을 듣다보면 반쯤 정신이 나가버려요. 기타 신디사이저가 흐느끼는 후반부 클라이맥스는 후아. 그들이 가는 곳은 아마 낙원은 아닐 겁니다.
‘오프 램프’는 앨범 완성도뿐만 아니라 독특한 자켓 디자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 속 야간 주행이 떠올라요. 이 부분요.
우리는 넋을 잃고 말을 잊은 채 검은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이 댄스플로어르 타고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기나긴 고속도로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문학동네, 김진준 역)
제가 주변에 “들어봐, 진짜 좋아”하고 자신만만하게 소개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 심지어 반복되는 리듬이 무섭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