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등이었던 것을 오늘처럼 후회한 적이 없다.
나는 아이팟 휠 돌리던 시절부터 아이팟을 썼었다. 아이팟은 생명체 같았다. 휠 가운데 움푹 파인 버튼을 누르면 아이팟이 눈을 떴다. 휠은 또 얼마나 직관적이었는지. 아직도 그립다.
아이폰이 나오고, 아이튠스로 음악 파일을 정리하고, (한참 전에 추락해서 돌아가신)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사 읽었다. 그러면서 나는 애플의 생태계에 종속된 인간이 돼 버렸다.
아, 애플뮤직. 애플뮤직은 얼마나 기특한가.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는 이른바 ‘명반’을 찾아 명동 부루의 뜨락에서부터 미도파 백화점 지하에 메트로, 교보의 핫트랙스, 홍대의 레코드 포럼을 전전했었다.
애플뮤직이 나온 뒤로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만 몇 번 하면 수십년 전 유럽 어디에서 녹음한 음반들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는 클래식, 재즈 음원이 턱없이 부족했었다.
음악을 찾고 다운로드 받고, 내 기준에 어긋난 앨범명, 아티스트명 등 표기를 정리해서 보관함에 차곡차곡 쌓았다. 뿌듯했다. 주머니 속에 앨범 수만장이 있는 셈이었으니까.
며칠 전 iOS를 업데이트하면서 모든 것이 잘못됐다. 물증은 없지만, 나는 확신한다. 엊그제부터 컴퓨터의 애플뮤직 보관함과 아이폰 애플뮤직 보관함이 연동이 안 되기 시작했다.
혹시 애플뮤직을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들께 부연 설명하자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컴퓨터로 아이튠스에 접속해 애플뮤직에서 노래를 골라 보관함에 담으면, 그 노래가 내 아이폰에도 들어간다. 그런데 그게 안 됐다.
나는 성격이 유별난 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못 견딘다. 문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원래 화요일에는 [음악] 포스팅을 한다. 지난 2주간 오늘 포스팅할 곡을 줄기차게 들었다. 하지만 애플뮤직 사태 때문에 포스팅에 쓸 글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혼자 씨름하다가 아이폰에 다운로드한 음악을 다 날려먹었다. 80기가가 조금 안 됐던 것 같다. 괜찮다. 음악이야 다시 받으면 되니까.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다만 다시 예전처럼 컴퓨터와 아이폰이 연동되기만을 바랐다.
급기야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와, 애플 고객센터란 참으로 소비자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집단이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상담원이 바뀌었다. 나는 네 명의 상담원에게 똑같은 설명을 수 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나마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 마지막 상담원은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했다. 결국 나는 “지금 제대로 알고 말씀하시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상위 부서를 통해 연락 드리겠다”고 그가 말했다. 한결 친절한 목소리의 새 상담원이 말했다. “불편을 끼쳐드린 것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고객님은 앞으로 제가 전담하겠습니다.” 왜 진즉 그러지 않고.
그는 원격으로 내 아이폰에 접속해서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나는 그와 통화하면서, 그의 지시 대로 아이폰 카메라를 켜고 아이튠스 메뉴를 눌러가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수습은 개코.
그와 연결된 채로 오후 7시 조금 넘어서까지 아이폰을 붙들고 씨름했다. 그가 말했다. “고객님 문제는 제가 이제 완전히 파악했고요.” 하, 이제야 파악했다고?
결국 답을 못 찾았다. 그와 나는 9일 내 마감시간을 피해 늦은 오후쯤 다시 접촉하기로 했다. 그가 확실한 해법을 찾아내 내게 전화하기를 빈다.
지금 나는 내 아이폰을 내다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