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오늘 오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울었다. 둘째는 목놓아 울었다. 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거실로 데리거 나와 달랬지만, 계속 울었다.
둘째의 울음에 첫째가 깼다. 첫째는 소파에 앉아 “나 안 잘 거야. 내 자동차 갖고 와. 나 화났어”라고 했다. 아내가 첫째를 달랬다. 첫째는 아내의 손을 잡고 안방에 들어갔다.
이제 아주 작지는 않지만, 여전히 작은 몸뚱이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인지. 둘째는 한시간 넘게 몸부림을 치면서 온몸으로 울었다.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분유를 타줘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들아 아빠 오늘 야근이야. 제발 좀 자라. 응? 이새끼야.” 둘째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우는데 완전히 솟지 않은 윗니 네 개와 아랫니 두 개가 보였다. 그 와중에도 그 이가 너무 귀여웠다.
6시 10분쯤 아내가 방에서 나와 둘째를 안았다. 나는 피곤했다. 순순히 둘째를 넘기고 안방에 들어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빠 펑 터지지 마. 나 그럼 슬퍼. 울 거야”라고 말했던 큰놈은 침대 한가운데에 누워 “아빠 들어오지 마. 소파에서 자”라고 했다. 나는 “아빠 출근해야 돼. 잘 거야”라면서 침대 구석에 누웠다.
거실에서 들리던 둘째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둘째가 자기 품 안에서 한 20분쯤 있다가 잠들었다고, 나중에 아내가 말했다.
어제, 모처럼 아버지가 손주들을 보러 오셨다. 어린이날이라고 큰놈 헬로카봇 장난감을 사주셨다. 나는 이런 거 사지 마시라고, 금방 싫증 낸다고, 이제 장난감이 많아서 안 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아버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아버지는 대상포진에 걸렸던 며늘아기 먹이겠다면서 노량진에서 대구를 사다가 맑은 국물 대구탕을 끓이셨다. 큰놈도 먹을 수 있게 고추는 뺐다. 간이 좀 셌다. 조금 짰지만, 나는 맛있다고 먹었다. 조금 짰지만, 실제로 맛있기도 했다. 청양고추를 넣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싱겁게 드시는 편이셨다. 나이를 먹으면 짠맛을 느끼는 미각이 둔해진다고 들었다. 짭조름한 대구탕이 아버지의 늙음의 증거인 것 같아 서글펐다.
술장을 열어 술을 대접했다. 아버지는 조니워커 블루보다 시락이 맛있다고 하셨다. 내가 취업하고 마오타이를 사드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났다.
산책하러 나갔다. 미세먼지가 없어서 공기가 달았다. 공원에서 큰놈은 양팔을 뒤로 뻗어 날개 모양을 만들고 상체를 앞으로 비스듬히 숙여 다다다 뛰었다. 누구를 구해야 한다면서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본 둘째는, 낯을 가리느라 울었었다. 그러나 금세 친해져서 산책 나갈 즈음에는 아버지를 보고 방글방글 웃고, 손을 뻗어 아버지의 얼굴을 만졌다. 아버지는 공원에서 12㎏짜리 둘째를 오래 안고 웃으셨다.
아버지는 보통 점심 드시고 손주들과 조금 놀다가 일찍 일어나시는 편이다. 나는 내심 어제도 아버지가 그러하시기를 바랐다. 토요일 하루 쉬고 출근하는 주라서 조금 더 쉬고 싶었다.
갑자기 아내가 “요즘 핫한 평양냉면 먹으러 갈까요”라고 아버지께 물었다. 나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아버지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그것은 그러자는 뜻이었다. 아버지는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아버지를 모시고 을지면옥에 갔다. 필동면옥엔 두 번 모시고 갔었는데, 을지면옥은 처음이었다. 필동면옥에 모시고 갔을 때 나는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에 먹는 것”이라면서 그냥 드시라고 했었다. 아버지는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지 않고 드셨지만, 냉면을 조금 남기셨다.
평양 옥류관 직원이 냉면에 식초, 겨자 등을 넣어 드시라고 권하는 것을 보고 평양냉면을 굳이 슴슴한 맛에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께 이것저것 뿌려 잡수시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국물에 겨자를 듬뿍 푸셨다. 그리곤 맛있다고 하셨다. 냉면을 남기지 않으셨다. 그래도 나는 아무 간도 안 하고 먹는 게 제일로 맛있었다.
아버지는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을지면옥 편육 또한 잘 드셨다. 저녁값으로 7만원이 나왔다. 조금도 아깝지가 않았다. 일찍 가시기 바랐던 것이 죄송스러웠다.
집에 오는 길 첫째와 둘째 모두 차 안에서 잠들었다. 애들을 침대에 눕히고, 아버지를 배웅했다. 오후 9시였다. 나와 아내는 육아 퇴근했다는 기쁨에 겨워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 블랙 팬서를 봤다. 몇시간 뒤에 닥칠 재난을 알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