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밤 하면 어떤 정경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날름대는 불꽃의 혀, 둥둥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 색색의 가면, 땀에 젖어 번질대는 몸, 그리고 군무(群舞) 같은 이미지를 그립니다. 어쩌면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되고 편협한 사고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A Night in Tunisia는 비밥 시대를 풍미한 재즈 트럼페터 디지 길레스피가 작곡한 곡입니다. 제가 처음 이 곡을 들은 게 중학생 때였어요. 그때는 튀니지가 그냥 아프리카의 한 국가라고만 생각했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인 줄은 몰랐어요. 그러니까 멋대로 “오 아프리카의 밤” 이러면서 어떤 원초적인 풍경을 상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곡 자체에 좀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약간 주술적 분위기마저 풍깁니다.
아마 주제부 도입부의 베이스 라인 때문일 겁니다. 재즈는 워낙 변주가 많아서, 연주자마다 곡을 제각각으로 해석하지만, 그래도 주제부는 최소한의 틀은 지키는 편입니다. 낮게 깔리는 베이스음 위로 금관이 주제부를 연주합니다. 금관이 2개면 보통 트럼펫 하나 섹소폰 하나로 구성합니다. 색소폰이 베이스와 함께 하부를 쌓고 트럼펫이 멜로디를 완성합니다. 참 매력적인 선율입니다. 좋아하는 곡이고, 이 글도 써야 해서 한 며칠째 여러 연주자들의 A Night in Tunisia를 계속 들었어요. 그래도 좋군요.
소니 롤린스(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1957)
고구마 열 개를 삼킨 듯한, 그러나 왠지 매력적인 녹음. 이 곡 녹음 중 내가 으뜸으로 꼽는 연주임. 소니 롤린스는 트럼펫도 필요 없어, 피아노도 필요 없어, 걍 내 테서 색소폰 하나면 돼. 아 재섭어. 그래서인지 어딘지 갑갑함. 녹음 상태도 좋지 않다. 근데 연주가 기가 막힌 것임. 피아노와 트럼펫의 부재가 안 느껴질 정도의 존재감. 그래서 갑자기 그 자뻑이 납득이 됨.
아트 블레이키(A Night in Tunisia·1961)
음악을 틀면 천둥이 침. 아트 블레이키는 등에 북을 맨 일본 신화 속 천둥의 신(뇌신·雷神)이 돼 마구 두드려 부수는데. 거기에 리 모건이 트럼펫을 불고, 웨인 쇼터가 색소폰을 부는 거지. 그래도 주인공은 아트 블레이키 나야 나. 작심하고 파워 드림. 걍 미친 연주.
리 모건(The Cooker·1957)
리 모건의 원 투 스트레이트, 박력있고 뜨거운 연주. 무려 베이스에 폴 챔버스, 드럼에 필리 조 존스다. 어휴. 바리톤 섹소폰 페퍼 아담스도 인생 연주 함. 리 모건한테 안 밀려. 피아노는 보비 티몬스. 사족. 리 모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럼페터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내가 숭배하는 재즈 뮤지션이고.
찰리 파커(The Quintet: Jazz At Massey Hall·1953)
이 곡을 만든 디지 길레스피(트럼펫)와 비밥의 레전설 찰리 파커(알토 색소폰)와 각각의 분야에서 당대 최고였던 찰스 밍거스(베이스), 버드 파웰(피아노), 맥스 로치(드럼)이 함께한 전설적인 앨범. 녹음이 열악해 피아노 소리가 잘 안 들림. 버드 파웰 횽 ㅠㅠ. 찰리 파커의 솔로를 들으면 이날도 high한 거 같은 느낌적느낌. 그 와중에 또 연주는 기막힘. 어딘지 아슬아슬하면서도 절묘한 느낌이 남. 거기에 원작자 프리미엄까지.
마일스 데이비스(The Musings of Miles·1956) : 형, 형이 불면 걍 다 뉴욕이야. 이건 튀지니의 밤이잖아. 근데 형의 녹음은 ‘뉴욕 어디쯤 아프리카 식당의 밤’으로 들려. 그대는 차가운 도시 남자.
덱스터 고든(Our Man in Paris·1963) : 애정하기로 손에 꼽는 테너 섹소포니스트 덱스터 고든의 ‘튀니지의 밤’ 역시 과연 훌륭함. 그런데 워낙 소니 롤린즈의 것이 걸출한 것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선택 안 함.
클리포드 브라운(Our Man in Paris·1955) : 말할 것도 없는 트럼페터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이모건한테 밀렸어. 이모건 녹음에 비해 치열한 맛이 좀 덜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