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촉감이 달라졌다. 덥지만, 이것은 분명 가을의 공기다. 밤이면 귀뜰귀뜰 귀뚜라미가 처량하게 울어댄다. 이것이 가을의 소리다. 가로수 이파리가 여전히 푸르다. 가을의 색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불멸의 가을 노래 Autumn Leaves(고엽)을 소개한다. 이 곡은 재즈 스탠다드다. 대단한 연주자들이 이 곡을 부르거나 연주했다.
원곡은 샹송 Les feuilles mortes이다. 내 아버지가 그러하듯 우리나라 60대 이상은 불란서 가수 이브 몽땅이 부른 고엽에 익숙할 것이다. 몽땅의 고엽은 나도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이 곡이 미국으로 넘어와 Autumn Leaves가 됐다. 여성 보컬 중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연인이었던 ‘지아이 조’ 조 스태포드의 것이 좋다. 무슨 한이 있으시기에 이토록 애절하신지.
내 첫 Autumn Leaves는 냇 킹 콜의 것이다. 내 귀에는 몽땅의 것보다 냇 킹 콜의 것이 훨씬 좋다. 고색창연하고 감미롭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불렀는데, 내겐 투머치 갬성이다. 시나트라의 녹음은 소개하지 않는다.
기악곡의 정서는 또 다르다. 피아노 트리오로는 빌 에반스의 것을 빼놓기 어렵다. 빌 에번스의 Autumn Leaves는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단풍이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정갈한 데가 있다.
목소리에 맥아리 없기로는 당대 보컬리스트 중에 손꼽히는 쳇 베이커는 꽤 괜찮은 트럼페터이기도 했다. 그는 고엽을 세련된 형태로 그려냈다. 한 소절 불러주었어도 좋았을텐데. 연주만 했다.
서문이 길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은 이 곡을 소개하려고 쓴 것인지도 모른다. 무려 마일스 데이비스의 Autumn Leaves다.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는 언젠가 재즈 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이 곡을 꼽았다. 색소포니스트 줄리안 캐논볼 애덜리의 앨범에 들어있지만, 누가 뭐래도 마일스의 곡이다. 한 재즈 평론가는 도입부 마일스의 솔로 연주를 “일본도로 가슴을 후려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분위기, 곡의 완성도, 아름다움 등 모든 면에서 감히 최고의 고엽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너스로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Autumn Leaves를 남긴다. 그에 대해 잘 모르고 그의 음악도 잘 모르지만, 이 곡만은 좋았다. 현악 반주 위에서 노래하듯 기타를 친다. 과연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