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처먹었다. ‘물을 먹다’는 ‘낙종했다’는 기자들의 은어다. 낙종, 즉 뉴스를 놓쳐 기사화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의 치욕이다.
나는 중앙일간지 국제부 기자다. 국제부 기자는 어지간해서는 낙종하지 않는다. 굵직한 뉴스는 외신이 먼저 쓰기 때문이다. 제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다 내가 게을러서 생긴 일이다. 기자들은 매일 아침에 그날 무슨 기사를 쓸지 보고한다. 손이 느린 나는 평소 아침 보고 1시간 전에 출근한다.
연휴가 끝난 어제, 나는 늦잠을 잤다. 아침 기사 보고 15분 전에 내 자리에 앉았다. 출근길 전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외신을 뒤져 대충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걸 15분 만에 다듬었다. 보고 마감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내 담당지역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다. 연휴 기간 중에 내 담당지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사고가 오늘자 신문의 재료였다.
나는 15일(현지시간) 발생한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낙마 기사를 놓쳐버렸다. 연휴 전에 부패와 성추문에 얽힌 주마 대통령이 낙마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까지 썼는데 정작 낙마한 걸 못 쓴 것이다. 큰 낙종이었다.
물을 먹었을 때 기자들은 ‘반까이’를 한다. 반까이는 ‘만회’의 일본어투 표현이다. 낙종한 기사를 보충·추가 취재해 신문에 싣는 것을 말한다. 오늘 아침 남아공 대통령 관련 반까이 보고를 했다.
기분이 언짢았다. 나는 평소 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걸맞게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 듣는다. 오늘은 오전 내내 트와이스를 들었다. 샤샤샤. 조금 위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