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금을 들여 부야베스를 만들어 먹었다. 차라리 사 먹을 것을. 샤프란과 우럭과 아귀와 꽃게와 오징어와 새우와 양파와 감자와 토메이토와 페퍼론치노와 통후추와 바지락과 화이트와인을 샀다.
왜 실패했나.
꽃게 두 마리 때문인 것 같다. 너 한 마리, 나 한 마리 하려고 두 마리를 넣었는데, 아, 이것은 부야베스가 아니라 꽃게탕이었다.
타이밍 때문이다. 우럭과 아귀를 너무 빨리 넣고 너무 오래 끓였다. 깊은 맛을 낸답시고 그랬다. 생선 살이 다 부서져 국물 속에 흩어졌다.
후추 때문이다. 스테이크 만들던 습관대로 통후추 그라인더를 주저하지 않고 신나게 돌린 게 화근이었다. 혀가 알알했다.
맛이 아주 없는 것은 아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쯤 되면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휠씬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포기는 없다. 다음주 또는 다다음주에 다시 해 볼 생각이다.
꽃게탕은 곤란하니까 꽃게는 한 마리만. 물 양은 좀 적게. 한 700ml만. 생선 투하 후 한소끔만 끓이고 와인 투하하고 먹을 것. 끓일수록 간이 세진다. 소금과 후추는 조금만 넣어야지.
어제 정신이 없어서 빼먹은 바지락으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다. 평소보다 페퍼론치노를 두 배나 많이 썼다. 매콤한 맛을 내려고. 별미로.
성공. 부야베스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런 맛을 냈으니.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사실 파스타에는 엔간히 자신이 있다.
첫째놈이 팽이를 사달라고 성화였다. 대형마트 문 닫는 둘째 주 일요일이라 백화점에 갔다. 팽이가 1만 7000원이라니. 5000원만 받아도 되겠구만.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는데 안 사줄 수도 없고.
뷔페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계산하고 보니 부야베스 재룟값보다 싸다. 재도전이고 나발이고 그냥 부야베스 잘하는 집에 갈까. 아니다. 사 먹을 땐 사 먹더라도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함 해봐야지.
야외 동요음악회인지 뭔지 한다기에 우리 가족은 백화점에서 나와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음악회는 기대 이하였다. 10분이나 봤을까.
음악광장으로 이동했다. 공기가 청량했다. 미세먼지가 없었다.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아서 바람이 시원했다. 나는 아내와 생맥주를 마셨다.
오후 6시 30분 분수쇼를 시작했다. 분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첫째는 웃으면서 뛰어다녔다. 둘째는 거짓말처럼 갑자기 짝짜꿍짝짜꿍(박수)을 했다.
영화음악, 동요, 가요 등이 번갈아 나왔다. 대단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볼만한 쇼였다. 아들들이 좋아해서 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