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착 가라앉아요. 어떤 성스러운 기운이 나를 감싸는 것도 같고요. 거대한 성당에 들어가 앉은 기분이랄까요.
(심야 라디오 DJ 풍으로) 오늘 들으실 음악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작품번호 244번 마태수난곡 입니다.
바흐 종교음악의 정점이자, 모든 종교음악 가운데 손꼽히는 걸작입니다. ‘수난곡’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롯 유다의 손에 팔려 로마군에 붙잡혀 처형되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낸 음악입니다. 부활의 영광은 등장하지 않아요. 때문에 비통하고 애절한 정서가 곡 전체를 관통합니다..
마태수난곡은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26장과 27장을 기본으로 합니다. 마태복음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요.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 성경 구절들을 시적으로 변형했습니다.
주로 복음서를 쓴 ‘복음사가’의 노래, 레치타티보로 진행합니다. 마태복음을 기본으로 한 마태수난곡이니까 이곡의 복음사가는 마태이겠지요. 이외에 예수 그리스도, 베드로 등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리아가 이어집니다. 합창도 나오고요.
이 곡을 소개할까 말까 속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곡은 68곡으로 구성한, 연주시간 3시간에 이르는 대곡입니다. 게다가 가사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넋놓고 듣기만 해서는 그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도 없어요. 대신 내용을 알고 들으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답니다.
고백하자면, 이 곡을 포스팅을 쓰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멋대로 극적인 부분을 발췌해 소개해드립니다. 아래 링크의 모든 연주는 니콜라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한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주예요. 양이 많은만큼 상편과 하편으로 나누려 해요. 오늘은 상편입니다. 아르농쿠르의 것 외에 추천 앨범은 하편에 씁니다. 하편은 다음주 이시간에.
각설하고
제1곡 합창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합창입니다. 대곡의 막을 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합창과 관현악이 조화를 이룹니다.
오라! 딸들아! 와서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
보라! 누구를? 신랑을?
그를 보라 ! 어떻게? 마치 어린양과 같이 보라!
어디를? 우리의 무거운 죄를 보라
사랑과 은총을 위해 스스로 십자가를 지신 그 분을
오 무죄하신 하나님의 어린양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시도다
온갖 조롱과 핍박에도 언제나 참고 견디셨도다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 지셨으니
당신이 아니셨다면 우린 절망뿐이었으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 예수여
제23곡 아리아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고 십자가에서 죽기로 결심하시는 대목입니다. 신의 뜻을 받들기로 한 예수 그리스도를 베이스가 결연한 목소리로 표현합니다.
나는 나아가서
십자가와 잔을 받으리라
주님께서 마신 다음으로 내가 마시는 것이므로
젖과 꿀이 흘러나오는 주님의 입이 한번 잔에 닿은 이래로
잔의 밑바닥까지 고난이 심한 치욕까지
달콤하게 되었으니
주님을 쫓아 즐겁게 마시리
제26곡 레치타티보
가롯 유다가 예수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를 유대인들에게 팔아넘깁니다. 쫓기는 듯한 레치타티보, 단호한 예수, 뻔뻔한 유다의 음성이 엇갈리면서 긴장이 고조됩니다.
복음사가 : 그리고 제자들에게 다가오시며 보신 즉 제자들이 자니 이는 눈이 피곤함일 것이라
또 그들을 두시고 나아가 세 번째 동일한 말씀으로 기도하신 후이에 제자들에게 돌아오며 이르시되
예수 : 아! 이제는 자고 쉬라 보라! 때가 가까웠으니 사람의 아들이 죄인의 손에 팔리우리라
일어나라 !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복음사가 : 이렇게 말씀하실 때에 열 두 제자중에 하나인 유다가 왔는데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큰 무리가 검과 몽둥이를 가지고 그와 함께 하였다 예수를 파는 자가
내가 입 맞추는 자가 예수이니그를 잡으라 암호를 짜는지라 곧 예수께 나아가
유다 :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복음사가 : 하며 입을 맞추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예수 : 친구여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
복음사가 : 그러자 그들 무리가 나아와 예수의 손을 대어 잡는지라
제27곡 아리아와 합창
예수의 체포를 슬퍼하는 소프라노·알토와, 예수를 놓아달라고 호소하는 합창이 교차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곡의 분위기가 바뀌며 유다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오 나의 예수가 이제 붙잡히셨네 놓아주어요
달과 별들도 슬픔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는구나 기다려요
나의 예수 붙잡히시어 그들이 끌고 가네 묶으면 아니 됩니다.
주님은 묶이셨네
번개여 천둥이여 구름 사이로 사라져 버렸는가!
오 오 지옥이여 불의 못을 열어라
당장 분노를 터트려 그대 무서운 불길로 저들을 삼켜 버려라
그 잔인한 피를 분쇄하라 멸망시켜라 !
저 믿을 수 없는 배반자들
제39곡 아리아
마태수난곡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아리아예요. 베드로는 제38곡에서 예수를 알지 못한다고, 예수를 부인했습니다. 이때 닭이 울죠. 베드로는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했던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곤 가슴을 칩니다. 남성인 베드로를 알토가 노래하는 것이 이채로워요.
아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이 눈물로 보아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애통하게 우는
나의 마음과 눈동자를,
주여, 보시옵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국문 가사 출처 :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