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녀독남 외아들이었다. 그냥 외아들이 아니라 당대의 독자였다. 나는 큰 사랑을 받고 자랐다. 가세가 기울기 전까지 부족함을 몰랐다. 이 아이는 곧 부족함을 아주 잘 알게 된다.
나는 외로웠다. 부모님은 셀 수 없이 많은 장난감을 사줬다. 그래도 외로웠다. 살뜰하게 동생 챙겨주는 누나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형 있는 친구는 부럽지 않았다. 형은 동생을 두들겨 패기 일쑤였다. 다만 주먹깨나 쓰는 형을 둔 놈이 어깨에 힘주고 다닐 땐 조금 부러웠다.
자라면서 나는 친지 간의 분란을 목격했다. 돈 때문이었다. 나는 외아들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보다 못한 혈육보다야 혼자가 나았고, 쌈박질하느니 외로운 게 나았다.
나는 독신주의자였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이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었다. 그 두려움을 당시 “조지 클루니처럼 살 거야”라는 속없는 말로 감췄다.
이제 그도 결혼했고 나도 결혼했다. 내가 먼저 했다. 내가 일이 바빠지면서 아내를 볼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내를 매일 보고 싶었다. 아내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뿅 아들이 나왔다. 어릴 때 나는 너무 외로웠다. 큰놈은 덜 외롭기를 바랐다.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가져볼까 고민했다. 고민하는 와중에 뿅.
아들이 또 나왔다. 둘째를 가져볼까 고민만 했는데. 아직 결정한 것이 아니었는데.
첫째가 네 살, 둘째가 두 살이다. 벌써 오지게 싸운다. 큰놈은 암된 데가 있어서 혼자 사브작 블록 따위를 갖고 노는 걸 좋아한다. 그걸 본 둘째는 기어코 형에게 엉겨서 형의 작품을 덮쳐 부수어야 직성이 풀린다.
동생에게 습격당한 큰놈은 틀림없이 목젖이 다 보이게 울어 젖힌다. 놈은 “엄마 OO이 저리 치워.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하고 운다. 울면서 손으로는 작은놈을 밀쳐낸다.
둘째는 골격이 크고 기운이 세다. 녀석은 쉽게 안 밀린다. 8개 난 이로 형을 물려고 기를 쓴다. 그래도 2살이나 더 많은 형을 당할 수는 없다. 결국 놈도 벌렁 넘어져서 울고 만다.
그러다가 또 금방 나란히 서서 놀거나, 마주 보고 웃거나, 볼을 부비고 뽀뽀한다. 그 올망졸망한 놈들이 예뻐서, 보기 좋아서 나는 결국 “아, 하나 더 낳길 잘했다” 해버린다.
형제라고 늘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두 놈이 우애 좋게 자라기를 바란다. 다 자라서 이 험한 세상을 살 때 서로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 돈 때문에 의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가끔 아직 말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큰놈을 내 다리에 앉혀놓고 “OO아 아빠 없어지면 네가 XX이 아빠야. 그러니까 평생 사이 좋게 지내야 돼”라고 말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또 없어야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