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님들 요리 하시나요? 저는 합니다.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촛불이 광화문을 채우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할 때 나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다. 그때 나는 평일이건 주말이건 낮이건 밤이건 일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 2주에 하루 쉬었다.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나는 평일 중 최소 하루 저녁만은 약속을 잡지 않고 일찍 귀가했다. 그것으로 스스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건팀에서 나는 늘 고단했다. 지난해 중순 쯤 나는 사건팀에서 나왔다. 아내가 둘째를 출산했다. 아내가 말했다. “나 임신했을 때 오빠가 나한테 요리 한 번 해준 적 있어? 비빔면 말고 해준 거 있어?”
나는 설거지를 했고 청소를 했고 화장실 청소를 했고 쓰레기를 비웠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고 세탁기를 돌렸고 빨래를 널었다. 나는 요리를 하지 않았다. 빨래를 개지 않았다.
오빠가 내게 해준 게 무어냐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는 요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양식을 좋아하므로, 프랑스 요리를 시작했다. 주말에 스테이크를 구웠다. 꼬꼬뱅을 만들었다. 뵈프 부르기뇽을 했다. 오소부코를 만들었고, 오징어를 오징어 먹물에 볶았으며, 토마토 리조토를 삶았다.
요리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됐다.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맛있게 먹는 것보다 상대가 맛있게 먹는 게 더 중요하다. 아내와 아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세상에 그렇게 뿌듯한 게 없다.
아래는 어제 만든 명란크림파스타와 빨간찜닭이다. 점심엔 명란크림파스타, 저녁엔 빨간찜닭을 해 먹었다. 아 빨간찜닭이라니. 나는 전에 한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내는 둘 다 파는 음식보다 맛있다고, 명란크림파스타는 지금까지 내가 해 준 음식 중 최고라고 했다. 내가 먹어보니 과연 립서비스가 아녔다. 내 입에 빨간찜닭은 내가 만든 음식 중 1위를 다툴 만했다. 나는 이 찜닭음 먹고 실제로 박수를 쳤다. 큰아들은 이유도 모르고 나를 따라 박수를 쳤다. 내 요리의 특징은 보기보다 맛있다는 것이다.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이제는 요리가 취미가 됐다. 집안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내 삶이 더 즐거워졌다. 요리 안 하는 남편들께 “꼭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전히 빨래는 안 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