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선의 3대 명주이자, 달고 붉은 이슬이라는 이름의 술, 감홍로를 마셨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감홍로는 이강주, 죽력고와 함께 조선 3대 명주로 꼽힌다.
이름과 달리 감홍로는 붉은색보다는 갈색에 가깝다. 잔에 따르면 꿀에 절인 계피향이 난다. 누룩과 멥쌀 고두밥으로 빚을 술을 두 번 증류하고 용안육, 계피, 진피, 정향, 생강, 감초, 자초 등 약재를 넣어 1년 이상 숙성시킨다고 한다. 과연 몸에 좋을 것만 같은 맛이 단맛과 어우러진다. 단맛 때문인지, 미묘하게 이강주랑 비슷하다.
감홍로는 알코올 도수 40도다. 독주인데도 목넘김이 부드럽다. 식도를 타고 미끄러진다. 후끈한 알코올 기운이 역류해 코를 때리지도 않는다. 그저 평온하다. 술기운은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퍼진다. 몸이 따뜻해진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제격이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감홍로의 기원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소리 ‘별주부전’과 ‘춘향전’에도 등장한다.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토끼를 꾀어낸다. 춘향전에서는 춘향이가 이몽룡과 이별할 때 향단에게 이별주로 “감홍로를 가져오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사랑했던 감홍로는, 그러나 이제 귀한 술이 돼버렸다. 현재 한국에서 감홍로를 빚을 수 있는 사람은 전통식품명인 43호 이기숙 명인 밖에 없다.
다 좋은데 비싸다. 350㎖ 한 병에 약 4만원, 700㎖ 한 병에 8만원 선이다. 어지간한 12년산 몰트위스키 가격이다. 좋은 재료로 만든 건 알겠는데, 막상 사려면 주저하게 된다. 나는 작은 병을 샀다. 다시 사서 마시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강주로 충분하다. 죽력고는 아직 못 마셔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