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까지 별 계획은 없었다. “아내가 오늘 뭐 할 거냐”고 묻기 전까지. 아들들 아침을 먹이고 안방에서 둘째를 재우다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빨리 씻어. 나가게”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어디로 나간단 말인가. 나는 “어디 갈 건데?”라고 물었다. 아내는 “몰라. 암튼 씻어”라고 답했다. 아내는 머리를 감고 나와 화장을 하고 있었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나는 머리를 깎으면서 머리를 굴렸다.(내 머리는 내가 깎는다)
아내는 외출을 좋아한다. 마트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도 마트에 가자면 혼나겠지. 큰놈은 버스 타는 걸 좋아한다. 집 앞으로 다니는 초록 버스를 보면 “로기다, 로기”라면서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며 웃는다. 로기는 유아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에 나오는 캐릭터다. 작은놈은 아무 생각이 없다.
번뜩, 아내와 장남이 모두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 버스 타고 교보 갈까?”
“그래”라고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눈빛이 누그러졌다. 큰놈은 버스 타고 간다는 얘기에 벌써 달떠서, 웬일로 고분고분 옷 입힘을 당했다. 버스를 타기로 했으니 유모차는 가져갈 수 없었다. 11㎏ 조금 넘는 작은놈을 아기띠로 안았다. 생후 7개월인데 11㎏가 넘는다.
오후 1시 버스를 타고 교보에 갔다. 교보에 갔으나 큰아들은 책에 관심이 없었다. 큰아들은 교보 어린이 코너 구석에 있는 블록 놀이 코너에 진을 치고 앉아서 놀았다. 놀다가 근처 음식점에서 파스타랑 스테이크를 먹었다. 맛이 그저 그랬다.
후식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토스트를 먹기로 했는데, 우리가 다니던 가게가 망해서 없어졌다. 그냥 커피숍에 갔다. 귀가하니 오후 7시였다. 둘째의 침과 땀으로 범벅된 맨투맨을 갈아입고 차를 끌고 이마트에 갔다...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주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내도, 큰놈도 좋아했다. 작은놈도 좋았을 것이다.
둘째를 계속 안고 있었다. 아 밥 먹을 땐 풀었다. 코어를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