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로 가는 길은 터널 지옥이었다. 최근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속초에 갔다. 여로의 팔할이 터널이라 통 하늘을 볼 수 없었다.
무저갱을 향해 시속 100km로 돌진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시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덕분에 시간이 1시간 이상 단축되기는 했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 터널에는 운전자의 졸음, 집중력 저하 방지 장치가 있다. 그것이 도무지 나의 취향에 맞지 않아 터널 운전의 고통이 배가 됐다.
이를테면 뜬금없이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든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안전거리 확보!”라고 앙칼지고 다급하게 외치는 식이었다.
그 선의야 이해하고도 남았으나 불쾌했다. 왜, 졸음을 깨게 할 거면 차라리 천장에서 저승사자, 처녀귀신 인형을 떨어뜨릴 것이지.
네 식구가 떠난 첫 장거리 여행이었다. 네살 첫째는 이제 차에서 맥락 없이 울어 젖히지는 않는다. 생후 10개월차 둘째는 아니다. 멋대로 막 운다.
서울서 속초로 갈 땐 두시간 반쯤 걸렸다. 출발하자마자 두놈 다 곯아떨어졌다. 첫째는 중간에, 문제의 둘째는 도착 직전에 일어났다. 할렐루야.
시련은 귀성길 찾아왔다. 우리 부부는 기상, 분유 섭취, 출발 등 시간을 면밀하게 계산해 움직였다. 그러나 교통상황은 불가항력이었다.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둘째가 깨 차가 떠나가라 울었다. 차를 세울 수 없었다. 아내가 카시트에서 둘째를 꺼내 안았다. 둘째는 계속 울었다.
나는 휴게소마다 섰고, 졸음쉼터마다 섰다. 차에서 내려 둘째를 진정시키고 출발했다. 둘째는 또 울었다. 이걸 네시간쯤 반복한 끝에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