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오셨어요. 아직은 덜 더워서 그런지, 비를 보니 갬성이 막 촉촉해지더군요. 이런 날 들을 만한 재즈 스탠다드를 준비했어요.
오늘의 음악, ‘미스티’입니다.
미스티는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가 1954년 작곡한 노래입니다. 가너는 미국 뉴욕발 시카고행 여객기 안에서 창밖에 가득 찬 안개를 바라보다가 이 곡의 주제부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너는 악보를 볼 줄도 쓸 줄도 몰랐어요. 행여 잊어버릴세라, 가너는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로 달려가 이 곡을 녹음했어요.
정작 유명해진 것은 가수 조니 마티스 덕분이었어요. 1959년 마티스의 보컬 버전이 히트쳤습니다. 가사가 참 서정적이에요.
나 좀 봐요
나 나무 위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고양이 같아요
구름에 매달린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신 손만 잡아도 눈이 뿌예져요
길을 걸으면
천대의 바이올린이 연주를 시작해요
그건 아마 당신이 ‘안녕’ 하는 소리일 거예요
그 음악을 들으면
당신이 가까이 있을 때처럼 눈이 뿌예져요
당신, 나를 속이고 있는 거 알아요?
그건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해요
내가 희망을 잃고 얼마나 헤맸는지 아나요?
그게 내가 당신을 따라다니는 이유예요
스스로
이 이상한 나라를 정처 없이 걸을 때면
내 오른발과 왼발을 구별하지도
내 모자와 장갑을 분별하지도 못해요
눈앞이 뿌예요. 그리고 사랑에 푹 빠졌어요
눈앞이 뿌예요. 그리고 사랑에 푹 빠졌어요
재즈 스탠다드답게 녹음이 많아요. 제가 멋대로 몇 개를 선정했습니다.
마성의 음성, 쟈니 하트만에게 딱 맞는 수식어가 아닐까요. 초반에는 로맨틱하게 읊조리는 그는 중반 이후 격정적으로 노래합니다. 아, 사나이 순정. 하트만 말고도 남성 보컬의 녹음으로는 조니 마티스, 프랭크 시내트라 등이 있습니다.
프레디 허바드의 트럼펫 소리는 도회적이고 담백합니다. 색다르면서도 매력적인. 너무 질척대지 않는 고백이랄까요. 이것 말고 원작자 에롤 가너의 피아노 솔로 녹음도 좋습니다. 고색창연해요. 듣고 있으면 안개 낀 창밖의 정경이 눈에 그려집니다. 내 사랑 덱스터 고든옹도 생전에 이 곡을 좋아한 모양입니다. 녹음을 많이 남겼습니다.
첫정이 이렇게 무서워요. 처음, 엘라 핏제럴드의 것으로 미스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미스티는 과장 좀 보태서 엘라의 것과 엘라의 것이 아닌 것으로 나뉘어요. 목소리가 이불처럼 몽실몽실합니다. 감정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요. 사라 본의 미스티도 손꼽을 만하지만, 제게는 너무 농염했어요. 미스티의 갬성에는 엘라가 낫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끈적끈적한 블루스 갬성으로, 레이 스티븐즈는 경쾌한 컨트리풍으로 이 곡을 해석했어요. 뒤통수를 맞은 듯한, 그러나 기분 나쁘지는 않은 충격이었어요. 재미있는 녹음들 입니다.
예. 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맞아요. 정식 녹음은 아니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부른 것인데요. 아, 좋아요. 역시 음악이란 어떤 감정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악기건 보컬이건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것인가 했어요. 그런데 같이 출연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부르는 것 보니 꼭 그런 건 아니더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