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마력의 아우디 R8이 땅을 박찼다. 계기반의 바늘이 순식간에 200까지 치솟았다. 레이서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내 몸이 버킷시트 속에 파묻혔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시야가 소실점을 향해 극단적으로 좁아졌다. 풍경이 휙휙 사라졌다. 내가 코너를 인지한 순간 레이서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갑자기 땅이 솟았다. 아니,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R8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짧은 곡선을 그리며 코너에 진입했다. 관성이 나를 오른쪽으로 잡아챘다. 척추기립근과 광배근에 온 힘을 줘 버텼다. 보호 헬멧을 쓴 머리가 하릴없이 좌우로 덜렁거렸다.
R8은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을 한 바퀴 돌고 섰다. R8에서 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행사 관계자가 내게 뭐라고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았다. 반쯤 정신이 나갔다.
관계자는 나를 끌고 다른 피트로 들어갔다. 시퍼런 맥라렌 650S 스파이더가 있었다. 헬멧을 쓰고 몸을 구겨 넣듯 맥라렌 조수석에 탔다.
으르렁, 엔진이 울었다. 650S가 피트에서 튀어나갔다. 몸이 붕 떠올랐다. 롤러코스터가 곤두박질 칠 때 그 느낌이었다. 자동차가 그대로 이륙할 것만 같았다. 650S는 650마력이다.
대체 시속 몇 ㎞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 겨우 고개를 돌려 속도를 확인했다. 250, 255, 260. 계기반의 디지털 숫자는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시속 130㎞로 코너를 빠져나왔다.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고무 타는 냄새가 났다. 결승선 즈음에서 레이서는 “시속 270㎞ 찍었어요. 너무 느렸나요? 더 빨리 달릴까요?”라고 말했다. 나는 애써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전율적인 속도보다 인상적인 것은 안정감이었다. 너무 빠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불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단한 차체 안에서 보호받는 기분이랄까. 브레이크는 시속 200㎞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했다.
서울에 올라왔다. 회사 주차장에 있는 내 차, 270마력짜리 국산 중형차에 시동을 걸었다. 퇴근길 악셀을 밟는 오른발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차못쓴]은 차마 쓰지 못한 이야기, 차마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