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몸져누운 지 수년 뒤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다. 우리는 쪽방으로 이사했다. 재래식 공용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추락이 비현실적으로 급격해서 다 거짓말 같았다.
그때 나는 전축 앞에 쪼그려 앉아 빌리 홀리데이의 앨범, 비단옷을 입은 여인(Lady in Satin)을 들었다. 지금도 이 앨범을 들으면 그때 기억이 떠올라 아프다. 좋아하지만, 아파서 잘 듣지 않는다. 음색은 또 어찌 이리 비통한지.
Lady in Satin에는 명곡 I'm a Fool to Want You가 수록돼 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나는 당신을 원하는 바보예요.
나는 당신을 원하는 바보예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원했어요.
그건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이었는데
난 당신을 붙잡은 바보예요.
너무 바보처럼, 당신을 붙잡았어요.
나만의 것이 아닌 키스를 바랐어요.
악마의 키스를 나누려 했어요.
수도 없이 나는 당신을 떠나겠다고 말했어요.
수도 없이 나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러나 언젠가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할 거예요.
그리고 나는 다시 이 말을 해야만 하겠죠.
나는 당신을 원하는 바보예요.
당신을 필요로 하는 내가 불쌍해요.
잘못된 거 알아요. 분명 잘못된 거예요.
하지만 옳든 그르든 나는 당신 없이는 못 살아요.
나는 당신 없이는 못 살아요.
아마 가수를, 제목을 몰랐던 분도 “아 이 노래” 할 것이다.
이 곡만 들으면 빌리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허스키한가 보다 하겠지만, 아니다. 빌리는 미성을 갖고 있었다.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마약과 술이 그의 성대를 망쳤다. 이 음반은 빌리의 목 상태가 최악일 때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아 빌리의 인생은 또 얼마나 기구한지.
그는 1915년에 태어나 1959년에 죽었다. 44세. 사인은 마약 중독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그는 10살 때 한 번, 얼마 후 또 한 번 성폭행을 당했다. 가수가 되기 전 빌리는 창녀였다. 가수가 되고 나서는 이혼과 결혼을 반복했다.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됐다. 사망 당시 너무 얼굴이 망가져서 그가 빌리인줄 모를 지경이었다고 한다.
빌리의 보컬이 너무 슬퍼서 듣기 힘들면 연주곡을 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