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2016년 7월, 당시 생후 18개월 아들과 괌에 다녀왔다. 좋을 땐 참 좋았다. 다만 아들이 울기 시작하면 뚜껑이 열렸다. 3박 했다. 너무 짧았다. 하루만 더 머물고 싶었다. 5박은 좀 길다. 4박이면 족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누가 괌에 간다고 하면 쇼핑이고 맛집 투어고 최소화하고, 호텔에서 수영하다가 맥주 마시고, 낮잠 자다가 바다에 나가 놀고, 저녁에 석양 보면서 맥주 마시고, 심야에 호텔 방에서 맥주 마시다가, 잠이나 자는 데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내가 쇼핑을 좋아한다면 그렇게 못 하겠지
제발 쇼핑은 반나절만 하세요. 나는 고작 3박 하면서 타미 힐피겨에 두 번이나 갔다. 괌의 타미 힐피겨 매장은 차라리 한국이었다. 매장 안이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싸기는 참 싸다. 거기서 아내는 본인 옷과 아들 옷을 왕창 샀다. 내 옷은 안 샀다. 그때는 쇼핑이 시간낭비 같아 소름 끼치게 싫었는데 타미 힐피겨에서 산 옷을 아내와 아들이 두고두고 입는 걸 보면 한 번쯤 가는 건 괜찮겠다 싶다.
괌에는 무슨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가 있다. 상호는 기억 안 난다. 아내가 코스트코 광이라서 하루 저녁을 할애해 거기에 갔다. 아니 왜 괌에까지 가서 코스트코 비슷한 데를 가나. 하지만 나는 운전수니까, 주인님이 가라시는 대로 갈뿐이었다. 막상 가보니 괌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걸 먹고 사는구나 싶었다. 조금 색다르기는 하다. 그래도 한 번 가보면 충분하다.
맛집, 아 그 괌의 맛집이란 시간당 비용을 고려할 때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괌에 대단히 특색있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만큼 하는 집은 한국에도 넘치도록 많다. 렌터카를 타고 괌 외곽을 한 바퀴 돌면 충분하다. 반나절쯤 걸렸던 것 같다.
모름지기 괌의 저녁은 바닷가에서 보내야만 한다. 괌의 석양은 비현실적이었다. 구름이 코발트색이었다. 햇빛이 그 틈새를 비집고 나왔다. 하늘이 코발트색과 주황, 빨강, 녹색과 노랑으로 물들었다.
호텔 바비큐 디너쇼를 예약했다. 우리 부부는 끝내주는 하늘을 보면서 고기를 구워 먹고 맥주를 마셨다. 안 그래도 더운데 코앞에 불을 피워놓아 땀으로 범벅이 됐다. 맥주는 미지근했다. 그래도 좋았다. 아들은 뭐 별 생각 없었던 거 같다.
해가 떨어지면 원주민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불쇼 비슷한 것을 했다. 쇼 자체는 대단할 게 없었지만, 여행지의 설렘,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날름거리는 시뻘건 횃불, 둥둥 북소리가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아침과 낮에는 호텔 수영장 물에 뒤로 누운 채 둥둥 떠다녔다. 온몸에 근육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선글라스 너머로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들놈이 튜브를 탄 채 발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아내는 수영 좀 한다고 재듯 물장구를 쳤다. 나는 수영을 못 한다.
호텔에서 2분쯤 걸어 나가면 바다다. 물이 얕았다. 아들을 안고 앉아서 파도를 맞았다. 아들에게 “파도다, 파도. 오 파도 온다”하면 아들은 “파두?”하다가 파도를 맞고는 “으헤”하면서 웃거나, 소리 없이 배시시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때 아들은 무슨 말만 하면 다 따라했다. 내가 “야 인마”하면 “인마?”해서 난감했다. 아내가 나와 아들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아들을 아내에게 넘기고 나도 모자(母子)의 사진을 찍었다.
아마 아들은 이 여행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어떤 좋은 인상 같은 건 남지 않았을까. 나는, 우리 부부는 이 여행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위에 시선을 꽤 의식하는 나는 출발 전부터 아들이 4시간의 비행을 견딜 수 있을지 가장 걱정스러웠다. 비행기 안에서 울면 다른 승객들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내 아들은 괌에 갈 때 괜찮았다. 한국에 올 때 많이 울었다. 그런데 좀 울어도 생각보다 신경이 안 쓰인다. 괌에 오고가는 비행기 안에는 어린 자녀를 동행한 젊은 부부가 너무나도 많다. 내 새끼가 조용해도 여기저기서 빽빽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