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그만 써야겠다. 나는 말이야. 너무 진지해. 그리고 말도 너무 많고. 그러니깐 도를 못 찾는거야. 그냥 잠이나 자면 건강한 내일은 보낼 수 있을텐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몇일씩 고민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건 아니야. 그냥 글이 나오지 않는 것 뿐이지.
어제도 그제도 마지막 장을 쓰려는 시도는 해봤어. 그런데 잘 안 되더라. 너무 장황했던 게 아닌가 싶어. 몸에서 체득한 교훈이라면 그냥 자기가 가지고 가면 되지 굳이 누구 보라고 여기 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틀전 갑자기 방문자수가 막 올라가더라. 글을 무더기로 올리기도 했고 그래서 누군가 읽어주나 했지. 근데 다시 보니깐 그냥 '카투사 군생활'이라는 내가 쓴 단어가 검색엔진에 잡혔던 거야. 쓸만한 정보가 없나해서 왔는데 이상한 잡소리만 있어서 당황했겠지. 하긴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겠지만.
사실 누가 읽지 않는게 다행이야. 누군가 읽어주길 바랬지만, 정말 남이 읽었다면 대단히 찜찜하겠지. 이런걸 하던 지랄도 멍석 깔면 못한다고 하는건가. 도대체 난 뭘 하고 있는건지. 그냥 조용히 명상이나 하면 될 것을.
아, 역시 말이 많아. 너무 많아. 쓸데없이 말만 많아. 이제 다시는 안 이런다. 진짜. 진실로 침묵이 금이고 웅변이 은이다. 내 딴에는 나름 토해낸 글들이었는데 다시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더라.
오바 좀 하지마 병신아 그러니깐 사람들이 널 더 바보 취급하잖아.
예전 여성잡지에 이혼한 중 늙은이 여배우가 나온 적이 있었어. 기자가,
"성욕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라고 물으니깐,
"자위 기구가 있어서 괜찮아요."
이렇게 답하더라. 제 딴에는 꽤 쿨해보이고 싶었나봐, 이혼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더라고. 전체적인 뉘앙스가 그랬어. 그런데 말이지 내가 보기엔 - 아니 그 누가 보아도 - 그 아줌마가 한 말은 구질구질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었어. 이미 그 사람은 여자로서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퇴물이 되있었거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카메론 디아즈도 저 질문에 저 아줌마와 똑같은 답을 했지. 그런데 전혀 달라, 완전 달라.
내가 예전에 말했지? 거지 중이 머리를 깎으면 그대로 거지이지만 왕이 머리를 깎으면 성자가 된다고. 가난한 사람이 득도해봤자 비웃음만 살 뿐이야.
나 그렇게 속물 아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도를 찾는거라고. 근데 말이야. 성공 하지 않으면 도는 못찾을 것 같아. 호기심과 동경이 남아 있는 채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그 열등감이 마음을 꽉 잡고 있는데 어떻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겠어?
피해의식에 완전히 사로잡혀있어. 밝고 힘찬 - 무엇보다도 좀 남자다운 - 글을 쓰고 싶었지. 배경음악도 Burning Heart로 깔고 싶었고. 몇일 사이 자랑하고 싶은 것도 몇 가지 생겼으니까. 그런데 어쩌겠냐. 내 기분이라는 게 이렇게 오락가락 괴팍하기 짝이 없는데.
괴팍한만큼 천재적인 면이 있다면 좋겠지. 그런데 없는 걸 어떡해? 거울을 쳐다보면 비범한 구석이라곤 대가리 싸이즈 밖에 없는데. 씨발 그렇다고 자신감이 꼭 없는 것도 아니야. 나도 지 잘난 맛에 살고 싶어 하는 놈이라고. 그런데 내놓을 게 없어서 어떻게 하냐? 끝은 훤히 보이는데. 이런 놈이 막연히 말하는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냐?
비전있는 놈이니 믿어달라고? 이 병신은 뭐라는거야. 지 부모도 안 믿는데 퍽이나.
그래도 결론을 내야지. 당장 손목 그을 자신 없으면 빨리 푹 자고 아침에 책이라도 한 자 더 읽어라. 부귀영화를 보장해서가 아니라(개뿔) 그나마 엉뚱한 생각에서 널 잠깐 해방시켜줄테니 말이야. 힘들다고 징징 울어봤자 멍청한 습관만 만들 뿐이야.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말고, 어떤 감정이나 기대 같은 것 없이 혼자만의 길을 나아가라.'
대충 적어보니 이게 결론인듯. 저런 어디 싸구려 무협지나 만화책에 나올 법한 글귀 하나 만들어내느라 참 몇일간 애썼다.
왜 바알은 내게 그딴 꿈이나 보냈을까? 그는 사려깊고 지혜가 깊은 신인데.
자 이제 끝이야. 정말. 정말. 남자 입으로 두 말 하기 없기다. 더 이상 이런 거 없어. 여기도 없앨거야. 아 진짜 내가 기가 막힌게, 내가 이 네이버 계정으로 교수한테도 이메일 쓰고 막 그랬는데 알고봤더니 메일 하단부에 블로그 주소가 나오더라? 예전 블로그에 룸살롱 가면 제일 더럽게 노는 놈이 교수라는 글도 썼는데 혹시 그런걸 봤으면 어떡하냐? 제 정신이냐?
아 몰라. 이 블로그가 참 고맙웠던 적도 많지. 이승엽과 이치로를 비교하는 저 포스팅, 몇 주 전 무기력했던 게 저거 한 번 읽고 싹 사라졌었는데...... 여기 내 취향의 음악들도 많고....... 글 쓰면 뿌듯하기도 하고...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데 어쩌겠냐.
교수가 내 블로그를 보고 F를 줬다고 실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에 말했듯 이곳은 나를 더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몰아가. 뭣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 괜시리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야. 다시 안 그러기로 했는데 왜 그러냐. 다 쓸모없어.
정신병자였던 고흐는 요양원에서 붓꽃을 그렸지. 그리고 보란듯 자살했다. 거장의 사례를 내 인생과 비교하는 것도 웃기다만, 나도 여기 더 머물며 미칠지도 몰라.
자 마지막으로 결론을 다시 한 번 적어보마. 그냥 보고 넘겨라. 난 지금부터 이걸 가슴에 두고 살 생각이야.
'아무 적도 두지 말고, 어떤 감정이나 기대 같은 것 없이 혼자만의 길을 나아가라.'
'아무 적도 두지 않는다'에서의 '적'은 敵을 말하는 게 아니라 소속을 말하는거다. 나는 특정한 사상이나 신념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그런 것들은 필연적으로 괴리를 만드니까.
무슨 말이냐고? 저런 것들은 나를 진지하게 만든다 이 말이야. 나는 말이야, 좀 실실 쪼개면서 즐겁게 살아야되는데 뭔가 자꾸 심각해져. 새로운 게 닥치면 한참 생각하고 또 나를 바꾸고.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소리야. 그래서 타인의 주관이 늘 매력적으로 비쳐.
차라리 생각 없는 새내기 운동권들마냥 맹목적일 수 있라도 있다면 진지해도 상관 없겠지. 나는 그런게 아니거든. 그러니깐 난 진지해서 불행한거야. 이제부터는 그런 거 안 할란다. 책은 앞으로도 사겠지만 마음 속에는 꽂아 놓지 않을 셈이다.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는다는 게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욕망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야. 다만 그 잔가지들을 치자는 거지. 집착이나 그릇된 습관 없이, 온전히 인내할 수 있게 만들자는 말이야.
나는 내가 내키는대로 살았을 뿐이다. 시험 몇 시간 전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여자랑 관계를 가지곤 몸에 침 잔뜩 묻힌 채로 시험장에 들아가곤 했지. 10대 때는 범죄적 일탈도 심심찮게 저질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가 내키는대로 하지 못한 게 있다면 그건 내가 그걸 실행할 능력이 없어서였을 뿐이야.
오늘 푹 잤다면 비교적 깔끔하게 이 글의 결론을 낼 수 있었을까. 어차피 쓸데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만. 그래도 이렇게 감정적으로 종결짓다니 짜증난다. 소심한 걸 보면 싸이코패스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이제부터는 좀 감정적 절제를 지키며 살자. 여기다 기분 내키는대로 배설하듯 휘갈기는 것도 그만두고.
내가 동물이냐? 그렇게 주체를 못하게.
용케 결과가 좋았다고 은근히 자랑하곤 했지. 상대의 미스테이크였을 뿐이야 멍청아. 그 따위로 사니깐 가치관이 이 모양이라고.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말했왔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역시 그건 불가능한 것 같아. 나이가 먹을수록 인간 관계는 좋아지는 것 같긴 해. 만나자마자 단점부터 지적당하던 시절 생각하면 참 많이 발전했지. 다른 사람 눈도 제대로 못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하지만 말이야. 난 더 이상 남에게 뭘 기대할 수가 없어. 늘 실망시켜왔거든. 과하게 기대했든 혹은 내가 워낙 유별난 종자여서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운이 나빴다면 그것도 내 팔자지. 내 자신에게만 충실하고 바위처럼 움직이지 말자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저 발칸 반도의 어느 나라에서 남자들을 다 거세시키고 여자들은 모두 임신시킨다고 해도, 그게 나와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잖아. '다른 사람'의 일에 일절 감정을 느끼지 말 것. 적도 감정도 기대도 가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네가 날 어디서 봤는지 알 수 없지. 나를 본 건 이 블로그에서 뿐일지 혹은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인지.
실제로 본 적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내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겠지?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야. 다섯 번의 정신 감정에서 전부 경미한 광기가 있다고 나왔다만 상식 밖의 범위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거기다 난 인정도 많고 감정에 쉽사리 휩쓸려 가는 사람이기도 하지. 성실하다, 예의 바르다. 이런 말도 자주 들어.
내가 상기의 결론을 낸 것은 내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판단해서가 아니야. 하지만 계속 놔두면 더 베베 꼬일 것 같아. 좀 결착시켜두어야 할 필요가 있어. 난 말이야, 불행하지는 않아. 그렇게 쓸데 없을 만큼 많은 기대를 해왔고, 많은 것에 구애받으며 지속적으로 실망해왔지만. 그럼에도 추억이 많다는 건 참 기묘해. 하지만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게 은혜 입은 적은 없어. 물론 고마웠던 사람은 있지. 하지만 전체적으로 합산하면 플러스보단 마이너스야. 가끔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도 혐오스러워. 여자 엉덩이나 좋아하고 매일 똥오줌이나 갈기고, 차라리 내가 인조인간이라면 훨씬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텐데. 내게 무언가를 준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다 갚을 셈이야. 인간에게 빚 같은 걸 지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사람 중 하나로 남고 싶지 않아. 난 괴물이 될거야.
자잘한 감정을 배제하자는 건 그저 삶 좀 편하게 살아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내면의 확신을 실행하기 위해서이지. 첫 프로필에도 적었지. 내게는 과대망상증이 있다고. 난 여전하다.
현실의 내가 워낙 별 볼 일 없는 탓에 늘 절망하고 실망하곤 하지. 하지만 명예욕 때문에 절망하는 건 아니야. 절대.
장자가 그러더라. 진정 행복한 사람은 명예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
누군가,
"당신 참 훌륭하오." 라고 말해.
그럼 장자는 대답하지
"그렇소?"
아주 무덤덤한 표정으로.
또 한 명이 말해 "당신 참 쓰레기야."
장자는 아까와 똑같은 표정으로 답해.
"그렇소?"라고.
저렇게 시크한 건 인격 수양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선택의 문제야. YS 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거물도 저렇게 치졸해지는데. 명예가 주는 달콤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문제는 그걸 취하려면 달콤한 뿐 아니라 불명예나 비난 같은 쓴 맛도 감수해야 한다는거야. 장자는 양 자를 다 취하지 않는 쪽을 택한거지. 즉 이건 양날의 칼이야. 짜릿한 즐거움이 있는 감각을 그래도 남겨둘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 포기하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겠다만 인생의 즐거움이 하나 사라지는거지. 난 이 즐거움을 내려놓기로 했어. 오래 취할 수 있는 맛이란 오직 담백함 뿐이라고 믿으니까.
어떻게 괴물이 될꺼냐고?
나도 모르겠어. 재능도 없고 인격적 결함도 많은데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가능한건지는. 다만 내 목표가 막연한 부귀영화나 명예 따위 같은 건 아니니 꼭 보편적인 길만이 답은 아닐거야. 세상에는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는 위대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거든. 특별함이나 소통 따위가 없어도 사람은 거대해질 수 있다.
왜 미야모토 무사시는 요시오카 도장의 일문 70명을 죽였을까?
싸이코 패스라서?
그렇다면 검의 최고수들 한복판으로 뛰어들 필요 없이 농가 부녀자들 목이나 치면 됐을텐데.
명예 때문에?
오히려 그가 얻은 건 도살자라는 악평에 가깝지. 명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초야에 칩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난 그 답을 알아. 그리고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라는 사람들이 말년에 산에 들어가 혼자 사는 걸 택하는지도 알 것 같아. 그 사람들은 자기 道에 충실했던거야. 도도한 확신이라기보다는 순간을 불 태울 수 있는 흥겨움. 인생은 원래 그 맛에 사는거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내면의 목소리를 읽는데 미숙하긴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파국이 예정된 길이라 해도 내 결론을 바꿀 의향은 없다.
나는 수행하는 사무라이처럼 살거야.
아까 말한 자랑할만한 일이라는 건 별 건 아니야. 고민 끝에 검도를 다니기로 결심했거든. 지난 번 복싱을 배울 때는 관장이 틈 날 때마다 나보고 재능이 없다고 그러더라. 난 원래 매사에 둔재야. 그래도 종목을 바꿔서인지 또는 비슷한 계열 운동을 한 번 경험해보아서인지. 이번엔 초심자로서는 평이 좋더라. 검도복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 물론 내 생각이다만 - 왜 진작 이걸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는 글을 쓸 시간에 죽도를 한 번 더 휘두르겠어. 수련하다보면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볼지도 모르지. 혹 접신이라도 할 지 누가 아나? 이제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야 할 때.
태어나서 적당히 인생 즐기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죽을 때는 사랑하는 여자 품에 안겨 죽으면 좋겠지.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그것도 따분한 이야기잖아.
이제 끝이야.
중언부언에 앞뒤도 맞지 않는 내 이야기들. 지금껏 쭉 읽어줬다면 고마워.
그렇지만 너.
내 삶에 개입할 의향이 없다면 더 이상 나를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 나를 다시 만났을 때, 네가 알던 유약한 소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을거야.
그리고 알게 되겠지. 내 힘이 너를 압도한다는 걸. 나와 싸우려면 그 누구든 많은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여기까지다.
- 2009년 5월 2일, 열등한 스물 네 살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