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기간 중 만난 모 로펌의 정 변호사는 참 미남이었다. 살짝 보면 정준호를 닮았다. 자세히 보면 정준호와는 좀 다르다만 떨어지는 수준으로 다른게 아니라 '비슷한 수준'으로 달리 생긴 얼굴이었다.
키는 185를 좀 넘었던 것 같고, 몸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다. 출신 대학은 연세대. 정확히는 모른다만 그 나이대에 상위 1%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사람 참 겸손했다는 거다. 날 때부터 지금껏 한 번도 잘난 사람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어찌 그리 사람이 소탈하고 따뜻할 수가 있나. 저 사람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너무 잘나서, 굳이 잘난 척 안 해도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된 거라고 판단한다면, 그냥 못난 소인배의 생각일까.
그러고보니, 서울로 전학 오기 전 다니던 중학교 동창 오 모씨도 그랬다. 매번 전교 1등, 줄 반장, 늘상 전교 회장. 자신이 태어난 시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를 진학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당연하다는 듯 서울대 법대를 들어갔다. 이 녀석도 미남이었고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이 녀석은, 나라는 사람 인격이 스스로 비참하게 느껴질만큼 소탈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자신의 실내화에 '나는 최고가 될 것이다'라고 써다니고 다닐만큼 자기 삶에 대한 욕심과 의지를 드러냈다만, 정작 남이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화내는 것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저렇게 잘나도 겸손할만한 그릇이었기에, 신은 저들에게 저런 것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나로 말하자면, 패배주의에 찌들어있다가, 일이 좀만 풀린다 싶으면 또 금방 오만 방자해지는, 정말 잘난 사람들 입장에서 지켜본다면 '뭔가 이해가 안 되고 그냥 좀 웃긴' 그런 놈일 뿐이다.
내가 아마 저들처럼 태어났다면 한없이 거만했을 것이다. 그닥 대수로운 것 하나 이루지 못한 지금도 충분히 거만하니깐. 그래서 신은 내게 저들이 받은 선물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 2012년 4월 8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