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대구 부모님댁에 다녀왔다. 날이 너무 더워, 마당에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작은 풀장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으니, 어느새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아이들 곁에 오셨다.
"할비~~~"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할아버지를 부른다.
할비...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은퇴를 하셨다. 은퇴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다니시던 진빵가게에서 짤리신 것 뿐이다. 최근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다행히 일을 조금 쉬셔서 그런지 살이 조금 찌셨다.
위선종이라고 들었는데, 부모님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내가 신경이 쓰일까봐 병원에서 진료 받은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어머님도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으셨다고 한다. 진료중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나에겐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부모님은 그렇게 무거운 짐을, 항상 본인들만 지고 가려고 하신다. 나도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인데, 부모님 눈에는 나도 아직 아이인가 보다.
만감이 교차한다.
첫째가 두살, 세살 때에는 명절에 집에가도 할비를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남들이 쉬는 날에도, 진빵집에 돈을 벌러 가셔야 했다. 그 사장이란 놈은 병원 진료 때문에 며칠 빠진 아버지를 명퇴시키고, 실업급여도 지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얼마나 손녀와 놀고 싶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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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날것 같다.
몸이 아프고... 강제 명퇴를 당하고, 이제 막 삶의 후반에 접어들고서야 손자, 손녀를 보신다.
아버지는 둘째 손자를 좋아하신다. 거리낌 없이 자기에게 궁둥이를 내밀며, 할아버지 품에 앉으려고 한다. 삼일 동안 짧은 방문이었지만, 아버지는 내내 손자를 찾으셨다.
여전히 반지하 미싱 공장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수시로 손자를 안고서 이리저리 동네에 마실을 다니신다. 손자가 놀러왔다는 걸,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이라도 하고 싶으신것 같다.
나는 아버지 나이가 되면 무슨 재미로 살까?
저렇게 손녀, 손자 보는 재미?
직장에서 10년차. 이제는 이런저런 실적들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는 나이다. 나는 솔직히 일이 재미있다. 책도 쓰고 강의도 하러 다니면서, 왠지 주변에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동안의 나의 노력에 대해 칭찬 받는 기분이다.
남자란 그런 동물인가.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앞만 보며 달리게 되는 존재. 나도 아버지처럼 일만하다, 제일 중요한 가족들과의 시간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일과 가족 그것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술과 일만 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신 것 같다.
아버지는 뒤를 보시고...
나는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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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는,
어디를 보고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