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섬에서 스노클링을 했습니다. 거북이를 봐야 한다고 해 아주 오랜만에 물에 들어갔습니다. 물놀이를 한 지도 10년은 된 것 같은데 바닷속을 봐야 한다니. 생선을 볼 수 없는 제게 물놀이는, 그리고 바닷속은 엄청난 공포입니다.
간단한 장비를 착용하고 물로 들어갔습니다. 현지 가이드 분께서 동행해주셨어요. 머리를 물에 넣으라고 하는데, 눈을 뜨면 눈앞에 물고기가 가득할 것 같아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짧은 그 순간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어요.
그리고 눈을 떴습니다. 다행히 물고기가 없더군요. 처음엔 숨이 쉬어지지 않아 고개를 물 밖으로 뺐다가, 넣었다가 하다가 점차 익숙해지면서 숨을 쉬게 되었고, 처음 물 아래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무나 물이 보이는 곳에 앉아 한참이고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멈춰있지만 보이는 대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죠. 다른 이에겐 같은 풍경일 수 있지만, 제게는 모두 다른 풍경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바닷속에 있는데 비슷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바다에 떠 있으니 관조면서 실체도 되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속에 있으니 오로지 제 숨소리만 들렸어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세상이 그곳에 있었어요. 가능만 하다면 언제까지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둥둥 떠다니고만 싶었습니다.
수십 번 봤던 영상이지만 볼 때마다 음악에만 포커스를 맞췄어요. 음악과 영상이 잘 맞는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물을 느끼고 나니 이 영상이 다르게 보이네요.
저는 종종 '부유(浮游)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부유해보니 더 열렬하게 부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속의 삶은 어떤 것일까요? 깊고 깊게 침잠하면서도 가볍게 부유하는 그런 삶을 살면 참 좋겠습니다.
저랑 놀던 거북이도 보고 가세요.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했답니다. 공연 기록용으로 샀던 고프로인데, 처음으로 제 기능에 맞게 써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