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타인이 공포가 됐다. 사람들의 연락, 그리고 그들을 만나야 하는 모든 일이 절망스러웠다. 핸드폰을 꺼둔 적도 있고, 울리는 진동을 애써 모른 척 한 적도 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니다. 나는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싫은 것도 아니다. 어찌 됐건 그들은 내게 소중한 존재다.
꾸준히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은 만나는 것 같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시 전화가 오고, 문자를 남겨둔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우리가 왜 지속적으로 만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번 만남에서 나름 단호함을 담아 이야기했다. "저는 원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이게 내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어조의 거절이다.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고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 '뭔 개소리야?'
타인 공포증에 빠진 것만 같다. 내가 모든 작업을 멈추게 된 것도, 그래서 백수가 된 것도 타인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며 살아왔다.
내가 그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타인을 일정 부분 이상 내 삶에 허용하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내게 소중한 존재지만 우리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허용하는 그 범위는 무척 좁다.
'나는 왜 타인을 일정 부분 이상 허용하지 않으려 할까?'
처음으로 해본 질문이지만 명료한 답이 나왔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나의 삶. 모든 것을 그대로 내보이기엔 너무 하잘것없다.
어리석은 마음에 타인을 피했다. 나를 감추는데 너무 많은 힘을 쏟았고, 그래서 혼자 지쳐버렸다. 이제와서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다면, 내 삶이 내가 보기에도 그럴싸해진다면 그때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