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쓴 글에는 온통 '그 아티스트' 이야기뿐이었지만, '적당히 유명한 오빠'의 공연은, 그리고 그 뒤풀이 자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자리엔 대부분 음악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80% 이상은 내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인디(유명한 인디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지만) 아티스트들이었다. 그 공연은, 그리고 그 뒤풀이 자리는 자유의 끝이었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기분 좋으면 노래하고, 이상한 춤을 추고, 서로 욕하고, 끝없이 담배를 피웠다.
나는 말끔한 옷을 입고, 문신 하나 없는 깨끗한 몸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고, 같이 담배 한 대 피지 못하는 내 단정한 모습이 무척 부끄러웠다. 그 자리에서만큼은 선뜻 음악 한다는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내 음악이 그들과 같을 수 없는지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곡을 쓴다는 것을, 피아노를 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기 작업실에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웃으며 "네. 나중에 한번 놀러 갈게요."라는 말로 이야기를 끝냈다. 당연히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약속을 잡았고, 그래서 이번 주에 그 사람 작업실에 가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이제는 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어제, 그리고 그제 '망해서 행복한 사람들'(여기엔 '적당히 유명한 오빠'도 포함된다.)에게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들은 별 것 아닌 나의 행동을 과분할 정도로 고마워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 행동 안에 숨어있는 마음을 봐주는 것이 무척 고마웠다.
그들은 공연장에서도 나를 많이 챙겨주었지만, 내가 돌아간 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었다. 와줘서 고맙다거나, 몸은 괜찮냐 거나, 선물 잘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 보니 어제 받았던 전화에서는 세 명이 돌아가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었다. 나는 또 그들에게 더 큰 것을 받게 되었다.
나는 공연 때 '적당히 유명한 오빠'의 곡을 처음 들었다. 곡을 들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내 곡이 초라하게 느껴질 것 같아 최대한 듣는 것을 미뤘다. 역시나 오빠의 곡은 좋았고, 다행인지 내 곡은 적당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주었지만, 더 큰 것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다시 뭔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맴돌던 그 오빠의 가장 유명한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해 보내기로 했다.
아침엔 대충 그 곡을 몇 번 쳐봤다. C Key에 Diatonic Chord 4개. 그 오빠를 닮은 곡을 좀 더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당장 일을 미루고 이것만 하고 싶었지만, 오늘 마감인 작업을 먼저 끝내야 한다. 돈 받은 만큼 열심히 작업하고, 레슨도 하고, 지인도 만나고, 그리고 돌아와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쳐보고 싶다.
'적당히 유명한 오빠'는 지금쯤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했을 것이다. '망해서 행복한 오빠1'의 소개로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며, 둘이 짝이 되어 같이 일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망해서 행복한 오빠2'는 다행히 차는 뺏기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오면 그 차로 구경시켜 줄 테니, 언제든 꼭 오라는 당부를 했다.
그분은 떠나시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날이 좀 선선해지고 마음이 좀 외로워지면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길바닥에서 맥주도 좀 마시고, 마음이 동하면 바다를 보면서 기타 치고 큰소리로 노래하고, 그런 날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