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동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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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라는 사람 알아요?

누군가 저렇게 물으면 김철수를 만나보지 않은 이상 "음.. 모르겠는데요?"라고 답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빈센트 반 고흐 알아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물론이죠."라고 답할 수 있을 거다.

"아 지루해"

여행 가서 하지 않는 것 중 하나. 박물관. 전시관. 미술관 가기. 파리에서 오르세랑, 루브르 박물관을 갔는데 그림을 봐도 난 모르겠고, 비싼 입장료만큼 엄청난 양의 작품을 다 본다는 게 멀미가 났다. 영영 친해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LA에서 Norton Simon Museum을 다녀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놀턴 시몬 박물관은 규모도 적당해서 1-2시간 정도면 작품을 보기도 좋았고, 야외에 예쁜 정원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얘기하기에도 좋았다.

시카고에서 만난 반 고흐

그 후로 여행을 가면 미술관을 꼭 가게 됐다. 보통 작품을 볼 때 제목과 예술가를 보기 전에 마음껏 제목을 유추하는 걸 좋아한다. 우연히 시카고 미술관에서 재밌는 작품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데 테이블 옆에 어린이도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와 이 시대에는 가능했나? 제목은 마셔마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자세히 보니 한국에서 농사일하다가 술 먹는 장면과 비슷하기도 해서 동질감이 들었다. 미국 한가운데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게 오랜만이었다. 또 현대 전시관이 아니어서 옛날 작품이었을 텐데 친근했다.

The Drinkers, 1890
Vincent van Gogh

작품명이었다. 술 먹는 사람들, 1890, 빈센트 반 고흐. 처음이었다. 반 고흐라는 사람이 유명한 건 알았어도 100년을 뛰어넘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그 후로 '반 고흐를 읽다', '반 고흐 인생수업' 등의 책을 읽었다.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도 봤고 전시회도 몇 번 갔다. 그리고 순례길을 가기 전 파리에 잠깐 들렀을 때 반 고흐의 작품을 보기 위해 오르세 입장권을 끊었다. 자연히 반 고흐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알게 됐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 맞았다.

그는 꿈을 그리는 화가였고, 꿈을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가난했지만 마음은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에게 영감을 줬고, 끊임없는 번뇌를 이겨낼 힘을 줬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빈센트 반 고흐

여행은 예상치 못한 경험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만남을 선물하기도 한다.

여행을 하며 타임머신을 타본 적이 있나요?



관련 링크
● https://hee365.tistory.com/12


여행의 이유: 동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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