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반복의 힘, 스몰 스텝

나는 매일 아침 세 줄의 일기를 쓴다. 어제의 좋았던 일, 좋지 않았던 기억, 그리고 오늘의 다짐을 각각 한 줄씩 노트에 정리한다. 평소에는 10분, 아무리 피곤해도 5분이면 족한 나만의 의식이다. 부지런함과 거리가 먼 나도 이 세 줄 쓰기는 가능했다. 몇 달이 지나가자 완전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아침 책상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노트를 꺼내들게 될 정도로. 하지만 그 때는 몰랐다. 이 세 줄의 짧은 기록이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이 작은 반복의 힘은 무서웠다. 메마른 가을 들판의 작은 불씨처럼 다른 습관들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다섯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기자의 칼럼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10분이면 충분했다. 자주 쓰는 프로그램의 단축키를 외우는데 3분, 매일의 지출 기록에 5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18분을 넘기지 않는 TED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무심하게 때로는 건성으로 시작한 습관들이었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다. 이 3분, 5분, 10분이 모여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리라는 것을.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 퇴근 길 우연한 산책을 시작하게 되면서 피자에 토핑 얹듯이 소시지에 소스 뿌리듯 다른 습관들을 올려놓게 됐다. 산책하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직접 선곡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산책하면서 가족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산책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조금씩 더 쉬워졌다. 머리는 맑아지고 생각은 명료해졌다. 그 유익을 몸으로 익히기 시작하면서 더욱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종류도 함께 늘었다. 매일 다섯 개의 영어단어 외우기가 간단한 회화와 일어 단어 외우기로 확장되었다. 요즘은 TED 영상을 원어로 듣기에 도전 중이다. 매일 10분의 독서로 걷어 올린 좋은 글귀들은 다음 날 아침 몇 개의 단톡방에 공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책이 지루해질 무렵 단편소설, 시로 옮겨갔다. 이 사소하고 작은 습관들이 매일 반복되면서 내 안의 숨은 힘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의욕이 생겨났다. 아주 작은 자신감도 배어나왔다. 이 모든 습관들이 모두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모두 200여 개의 칼럼들을 옮겨 적었고, 2000여 개가 넘는 영어 단어를 외웠다. 150여 곡이 담긴 나만의 앨범을 만들었고, 100여 개에 달하는 TED 영상을 원어로 보고 꼬박꼬박 기록해왔다. 이 모두가 세줄 쓰기처럼 아주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스몰 스텝은 그저 일상의 습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일과 관련해 매일 반복했던 스크랩은 5년 이상 이어져 수천 개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 이제 관심있는 키워드를 개인 스크랩용 앱에서 검색만 해도 수백 개의 원하는 기사와 콘텐츠들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 중 가치 있는 기사들은 다시 '에버노트'로 분류해서 저장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스크리브너'로 하나의 글로 완성하곤 한다(이 책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 필요한 메모와 스크랩을 위한 도구만 수십여 개, 나는 깨달았다. 이런 일들을 할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일을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을.

이 모든 습관들은 고스란히 성과로 이어졌다. 글을 쓰고, 강연을 했고,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이런 경험들은 더 많은 지식과 지혜와 기회들을 열어주는 숱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안내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들은 정작 자신을 알만한 정보를 모으는데는 놀라울만큼 무심하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게 되는 건 꽤나 상징적이다. 나에 관한 진짜 정보들은 처음 듣는 자신의 목소리만큼 낯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에 맞춰진 내가 아닌, 진심으로 편안한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무엇이 피로함을 무릅쓰고 도전하게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나를 진정 나답게 만드는 관계들에 대해 믿을 수 없을만큼 무지하다.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들보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스몰 스텝'이라 부르게 될 이 작은 반복의 과정엔 나를 깨우고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것은 오랜 기간 반복해도 지겹지 않아 이후로도 지속 가능한 '나다운' 습관들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기호와 취향들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뜻밖의 유익도 있다. 나라는 존재는 다름아닌 매일 반복하는 아주 작은 선택과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과 오랜시간 쌓여온 습관들의 합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나를 나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나답지 못한 삶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 작은 스텝들을 한 걸음씩 걸어보라. 하루에 단 20분만 산책을 시작해보라. 하루에 5분만 세 줄을 기록해보라. 외국어를 외우거나 인사이트 넘치는 강연들에 흠뻑 빠져보라. 단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0분을 넘기지 말고, 그렇게 두어 달만 지속해보라. 힘든 일을 당할 때도 우울하고 지루해질 때도 빠트리지 말고. 그 작은 습관, 스몰스텝이 당신 깊은 곳에 있는 '당신다움'을 깨울 것이다. 당신을 움직이는 당신만의 숨은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당신의 일상을 깨우고, 당신의 일터로 힘있게 돌진할, 성과로 이끌 에너지를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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