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서냐?

Nana Mouskouri - Plaisir D'amour (사랑의 기쁨) (1971)

'너 서냐?'
'웅? 먼 소리고?'
'아니, 넌 새벽에 잘 서냐고?'
'아놔, 이 잡끗이 바쁜데 뭔 개소릴 전화로 지껄여?'

흠.. 몇년 전 일입니다. 친구넘인데 요즘 안선답니다. ㅎㅎㅎ (이하 따옴표 생략)

그래서? 안서면 뭐 어때서?
너도 그렇군화~~~
아니 남의 사생활은 왜 캐구 지랄이여, 남이야 서든 말든.
사실 내가 요즘 그래.
얌마, 안서면 걍 내비둬. 쓸데나 있냐?
왜 없어. 여친 만나면 쓰야지.
여친? 아니 그렇게 당하고도 여자가 생각나냐?

친구는 진즉에 마누라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을 했었지요. 그려, 홀애비 냄새 폴폴 풍기느니 여친아라도 사귀어라. 대신 결혼만 하지 말고.

야, 그런데 안서면 그만이지, 뭘 억지로 하려고 해. 정하구 잡으면 대신 처방 받아줄까?
벌써 받았지롱. 너도 해봐. 죽여줘.
죽이긴 뭘 죽여, 난 요즘 관심없어.
요즘 그러다가 마누라 바람나는 애들 많더라.

헉.... 하여 그날밤 물어봤지요. 오밤중 침대로 부터의 낙상은 꽤나 큰 충격을 준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의료기기 회사에서의 일입니다. 어느 날 대장님께서 호출.

문 닫아라.
왜요?
아, 여자들 보면 안돼.

뭔가 끄집어내는데 아니 이게 무신 흉기여. 중심부에 잘 휘어지지만 끊어지지 않는 철심 같은게 박혀 있고 둘레를 의료용 실리콘으로 발라 놨는데 흐미...

회장님, 이건 성기가 아니라 흉기로 분류될텐데요, 식약청에서 허가 안내줄 겁니다. 그리고 수출은 더 안돼죠잉... 아마 군사무기로 분류될 거 같은뎁쇼? 국방부랑 의논해야 하나?
까불지 말고 가만 있어. 이런 건 클수록 좋은 거샤.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 흉측한 걸 임플란트하고 생각날 때 휘어진 걸 펴준다. 쓰고 나서 혹은 쓰지 않을 땐 구부러셔 좌지나 우지하시면 된다.

나와서 바로 화장실로 직행, 혼자 깨득거리는데 연구소장이 질알하네요.

왜 미친 넘처럼 똥싸며 웃고 난리여. 빨랑 나와 회의혀야 혀.

우린 머리를 모으고, 글고 그 흉측한 물건을 탁자 위에 두고 심도있게 논의했습니다. 크기가 적당하냐, 여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용된 물질의 생물학적 안정성을 어찌 확보하느냐 등등.

분명히 3등급일텐데 임상실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임상 없인 안될텐데 이걸 돼지한테 달아줘야 하나요? 개한데? 그럼 그게 안전한지 보려면 도야지나 개가 거시기할 때 우린 보고 있어야 하나요? 다하고 나면 배때지를 갈라야 하나요?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하여 급히 산부인과, 비뇨기과 닥털들에게 전화를 해서 의견 구하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여하튼 그게 아마 허가는 났을텐데요. 모... 그런 건 일도 아니니까.

그전에, 먼저 죄송합니다. 발기불능이 당사자에겐 대머리를 능가하는 스트레일텐데 웃음거리로 만들어서요. 오죽 답답하면 터미네이터가 되어서라도 하고 싶을꺼나. 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김상중 버전) 하지만 말입니다.......

난 그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저와의 인터페이스를 따지자면 너무도 간편하고, 사용에 용이합니다. 게다가 실물 속에 감춰져 있으니 미관상으로 퍼펙트하죠. 그땐 국문만 작성했지만 훗날 그대로 내가 있었다면 수출을 위해, 영어로 효용성을 이리 설명했지 싶습니다.

Easy installation through minimised surgery and user friendly design made of medical grade silicon. It would be optimal alternative for a male patient in sexual impotence status.

하지만 이 용품의 유저는 남자 뿐일까요? 진짜루? 수용체는 따로 있는데? 즉 반쪽짜리 Human factor validation 입니다. 아니 같이 쓰는데 찬 놈의견만 물어보다니요.

많은 성인 (聖人)들은 욕정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신 세계로 들어가기 까지의 여정에서의 가장 넘기 힘든, 험준한 장애로 여겼으며 이의 극복을 위해 때론 대바늘로, 또 때론 탁탁이로 겨우 제어했을 정도였으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만큼 장구하게 인간과 같이 해온 욕구를 참는다는 건 범인에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경지일 터, 그것의 실현을 가능케하는 도구의 상실 혹은 malfunction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질 상대적인 박탈감의 정도는 가히 상상 이상이라고 하겠지요.

또 하지만 크니 좋을 거란, 오래하면 여자가 매우 좋아할 거란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요? 그리고 그걸 꼭 해야 살아 있는 것 같을까요?

비아그라건 대체물이든 분명한 건 질병의 치료와 증상의 호전에 사용되어야 하는 의약품이고 의료기기이니 그 정당성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환경이 열악하면 어쩔 수 없이 퇴조하는게 성욕입니다. 먼저 그런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선, 결국엔 이런 대체기제로 찾을 수 밖에 없는데, 내가 하고픈 말은 그게 과연 내 삶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지를 따져 보시란 뜻입니다.

이 글은 이전 글의 후속편입니다. 안서면? 그냥 사십시오. 안한다고, 못한다고 죽지 않으며, 그 못지 않은 삶의 쾌락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난 이 욕심이야말로, 젊은 날 안면몰수하고 성난 황소처럼 날뛰던 욕정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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