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0일차.

순례길 10일차 (2017.06.16)
산토 도밍고 - 벨로라도(Velorado) 22km.

어제부터 일정을 우리보다 마을 하나씩은 더 가기 시작한 형준이. 늘 같은 일정을 걷던 형준이가 보이지 않으니까 살짝 허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서로 연락하며 다음 마을에서 좋았던 알베르게 정보라던지 여러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ㅎㅎ 아마 그곳이 산티아고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침에 알베르게를 나서서 걷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 진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힘이 들지 않다는건 아니고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발바닥이 아파 바닥 딛기도 힘들지만 참고 조금만 움직이다보면 금새 풀리는게 익숙해져 가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오늘의 일정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짧은구간 이예요. 22km로 별로 멀지않죠? 목적지는 벨로라도 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한 알베르게가 있는데, 그곳의 식사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구요ㅋㅋ 어디 한번 맛보러 가 봐야겠죠?? 진정한 스페인 가정식을 기대하고 한번 가 봅니다.

아침에 먼저 출발했던 알렉산드로 아저씨를 만났을 때 양 옆으로 흰색,빨간색 꽃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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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께 이 꽃이 무슨꽃인지 아냐고 물어보니 빨간색은 다름아닌 양귀비 라고 하네요??! 양귀비... 라면 그 마약성분이 있다던 그 꽃 아닌가요??! 했더니 이 길에 핀 꽃들은 마약성분이 없는 양귀비라고 안심해도 된다고 하시네요 ㅋㅋ 흰색 꽃 이름도 들었는데 까먹었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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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댔던가요. 이때부터 보이지 않았던 양귀비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이제 양귀비가 어떤 꽃인지 잘 알게 됐어요 ㅎㅎ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나봐요.
나즈막한 언덕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오늘의 목적지 벨로라도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도착 한시간쯤 전부터 수민이를 만나서 같이 걸었는데 수민이의 발걸음이 가벼운게 배낭을 미리 도착예정지로 보내버리고 물과 개인 소지품 정도만 들고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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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팁! 순례길 중에 적게는 5kg 에서 무거운 분들은 10kg을 넘는 배낭을 메고 걷는데, 매일같이 수십키로를 걷다보면 발에 무리가 오고 피로가 쌓여서 짐 하나라도 줄이고 싶을때가 많아요. 그리고 컨디션이 정 안젛다면 아침에 알베르게를 나서기 전 오늘의 목적 알베르게로 미리 배낭을 보내버릴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이름하여 동키 서비스!! 저는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금액을 정확히 모르지만 그렇게 비싸진 않았던걸로 기억해요 ㅎㅎ

오늘일정의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자 노래를 틀고가던 수민이와 대열이가 흥이 났는지 아주그냥 두 손을 들고 흔들고 목청껏 따라부르고 춤추고 난리였어요 ㅋㅋ 뒤에서 웃으며 보시던 클라우디오가 동영상까지 찍어 보내주기도 했네요.

드디어 알베르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말로만 듣던 이 알베르게의 명물 저녁식사도 신청합니다 ㅎㅎ 오늘 요리를 할 필요는 없으니 할일이라곤 빨래밖에 없어서 금방 일을 한 뒤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러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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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전면부 모습인데 저 위에 갈매기 같은 새가 둥지를 틀고 우릴 내려다 보네요. 클라우디오가 말해주길 철새 라고 하는데 seagull 이라고 하더군요... 음.. 시굴 저게 갈매기 아니던가요..? 하지만 덩치는 우리나라 갈매기보단 세배는 더 커 보이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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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측면 모습인데요, 마치 벽 하나 달랑 세워둔듯 보이네요. 이것도 클라우디오가 설명해주길 예전 종교부흥 시기때 지어진 성당이 상당수인데, 이런 작은 마을에서 성당을 지을 때 건축자금이 부족해 정면에서만큼이나마 웅장한 느낌을 주기위해 저렇게 만들다가 그 당시의 건축기법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네요. 이탈리아에도 저런 모양의 성당이 많다고 합니다.

다같이 광장에서 점심을 사먹고 맥주를 한잔 하는데, 동생과 걸으며 항상 보이던 한 여자가 혼자 와서는 커피를 한잔 합니다. 저희는 이 친구를 ‘마이웨이’라고 우리들끼리 별명을 붙였는데, 항상 홀로 걷고 이어폰을 낀 채 뚜벅뚜벅 걸으며 숙소에서도 홀로 지냈던 친구이기 때문이죠 ㅎㅎ ‘날 내버려둬’ 라는 오오라가 온 몸을 둘러싸고 있어 오늘도 말을 걸어볼 용기가 안났습니다 ㅠㅠ 내일은 친해져 보겠습니다!!ㅋㅋ

숙소에 돌아와서 한숨 자면서 휴식을 취한 뒤 고대하던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으로 내려갔어요. 메뉴판에 두어가지 정도 있었지만 저는 제일 유명한 메뉴들로 주문을 했어요. 야채스프(?) 와 양념된 소고기, 그리고 바닐라 커스터드(?)를 시켰습니다. 먼저 와인과 식전빵을 먹으며 기다리다 보니 전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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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방의 스프로 기본적인 맛도 좋지만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가 일품인듯 합니다... 게다가 마늘을 튀긴것이 묘한 단맛까지 내고 식감도 살려줘서 과연 이게 전식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너무 맛있었어요!! 바게트 빵과 찍어먹으니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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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식으로 양념된 소고기가 나왔습니다. 생긴게 꼭 불고기 같지 않나요? 게다가 밥까지 나오니 딱 우리들의 불고기덮밥과 비슷해 보입니다. 맛 또한 너무나 익숙한 그런 맛이었어요. 고기도 좋은것을 사용하는지 아니면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은건지 아주 입에서 살살 녹더라구요 ㅎㅎ 다른 본식으로는 라자냐도 있었는데 라자냐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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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칭찬하기 바빠 주인아주머니가 아주 기뻐하셨어요 ㅋㅋ 본식까지 다 먹고 이제 기대하던 후식. 클라우디오는 황도를 시켰고 저랑 동생은 바닐라 커스터드와 비스켓을 시켰죠. 모든걸 직접 만드신다더니 이 커스터드에서도 msg의 맛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달달,고소 그리고 비스켓까지 부셔서 먹으니 식감도 좋은것이 디저트까지 감동을 줍니다.. ㅜㅜ 마음같아선 하루 더 지내면서 한끼 더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저녁을 너무나 맛있게 잘 먹고 다같이 또 웃고 이야기하며 놀다가 내일을 위해 9시쯤 일찍 잠을 청합니다.

오늘의 기억중 최고는 단연 식사였어요. 다음에 이 길을 걷는다면 다시한번 이 알베르게 El Corro 에서 숙박하고 저녁식사를 하겠노라 다짐하며 오늘의 글도 마무리 짓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의 가계부
    숙소 - 8유로
    저녁 - 9유로
    빨래 - 3유로
    아침거리 - 2.5유로

총합 - 22.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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