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생물학 - 생명, 경계에 서다(3)

a. 생명이란 무엇인가?(76페이지)

슈뢰딩거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문제는 유전이라는 신비로운 과정이었다.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유전에 고도의 정확성을 부여하는 법칙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동일한 유전자의 복사본은 어떻게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슈뢰딩거는 열역학의 법칙과 같은 정확하며 반복적인 증명이 가능한 고전물리학과 화학 법칙들이 사실은 통계적 법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법칙의 핵심인 원자와 분자의 무작위 운동은 평균적으로만 옳고, 이 법칙을 신뢰할 수 있는 까닭은 대단히 많은 수의 입자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떨까? 유전 법칙 같은 규칙적인 행동이 통계적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심한 슈뢰딩거는 열역학의 토대가 된 '무질서 속의 질서' 원리가 생명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체가 무생물과 다른 까닭은 유전자나 조류의 나침반 같은 것 속에서, 고도의 질서가 유지하고 있는 몇몇 입자가 유기체 전체에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이것을 증폭이라 했고, 슈뢰딩거는 질서 속의 질서라고 불렀다.

우리의 눈 색깔, 코의 모양, 성격, 지능 수준, 질병 성향은 대단히 질서정연한 46개의 초분자에 의해 사실상 전부 결정된다.

이 초분자는 바로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염색체다.

알려진 우주에 존재하는 거시적 무생물 중 어떤 것도 물질의 세부 구조에 대해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단계까지 민감하지 않다.

이 단계는 고전 물리학이 아닌 양자 역학의 법칙이 지배하는 단계이다.

슈뢰딩거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생명이 특별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b. 생명의 엔진, 효소(90페이지)

효소는 생명의 엔진이다. 평범한 일상에 활용되는 효소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아마 '생물학적' 세제에 첨가되어 얼룩 제거를 돕는 단백질 분해 효소, 잼의 점도를 높이기 위해 넣어주는 펙틴, 치즈를 만들 때 우유의 응고를 돕기 위해 첨가하는 레닛 정도일 것이다.

원시 수프에서 탄생한 최초의 미생물에서부터 육중한 발걸음으로 쥐라기의 숲을 누빈 공룡과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생명체는 모두 효소에 의존했거나, 의존하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마다, 수백 수천개씩 들어 있는 이런 분자 기계는 생체분자의 수집과 재활용이라는 과정이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도록 돕고 있으며, 우리는 이 과정을 생명이라고 부른다.

효소의 일은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여서, 원래는 훨씬 느리게 진행되는 작용을 빨리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세포 속에 들어 있는 효소는 물질대사의 속도를 높여준다. 물질대사는 우리 세포 속에 있는 수조 개의 생체분자를 수조 개의 다른 생체분자로 끊임없이 변환시킴으로써 우리를 살아 있게 해주는 작용이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이 적어도, 일부 효소의 작용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효소는 생명의 중심에 있으므로, 양자 생물학 탐구라는 항해에서 첫 기항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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