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조셉 브로드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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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는 두 번씩이나 잠에서 깨어났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정처 없는 발걸음을 창가로 옮겨 갔네
말없음표처럼 점점이 흩어진 창백한 가로등의 모습은
토막난 내 잠꼬대를 이어 보려는 안쓰런 몸짓 같았으나
결국에는 파편처럼 어둠 속으로 스러지고 말았네

나는 그대가 아기를 갖는 꿈을 꾸었네
그리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헤어져 살았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대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네
내 달아오른 손은 내 곁에 누운 그대의
둥그스름한 배를 어루만지고 내 바지와 벽의 스위치를 더듬네

전등이 밝아지자
나는 그제야 그대를 그만 어둠 속에, 꿈 속에 남겨 두고 왔음을
알아차렸네
그곳에서 그대는 우리의 매정한 이별에 대해
나를 원망할 생각도, 나를 야단칠 생각도 않은 채
조용히 내가 돌아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환한 빛이 주지 못하는 것을 어둠은 회복시킬 수 있기에
그곳 어둠 속에서 우리들은 결혼을 했으며, 축복을 받았네
그리고 또다시 등이 둘 달린 짐승이 되었네
아기는 우리가 벌거벗은 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충분한 구실이 되었네

어느날 밤, 그대는 다시 내게로 오리라
지금처럼 지치고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그대는 다시 내게 오리라
그맘때면 나는 아직은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내 딸을, 아니면 내 아들을 보게 되리라
그러나 이번만큼은 스위치로 향하는 나의 손을 거두리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대 눈을 멀게 하고 그대 목소리를 거두어 가는,
그리고 영원히 나의 손이 닿지 않을 진정한 빛을 부인하는
한낮의 눈부신 빛이 만든 그림자처럼
그대를 그렇게 내버려 둘 권리가 내겐 없다는 걸
나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깨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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