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스팀잇을 하지 않고 잠수 탄 이야기 (부제 : 쪼야의 뜻밖의 여정)



우선 이벤트를 올려 놓고 가이드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사정이 있어서 수정해야 하는 것들만 해결하고 댓글은 자고 일어나서 다시 꼼꼼히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사정에 대해 해명을 하고자 이 글을 포스팅 합니다.




사실 프랑스에서 만난 동생들과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순 없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파리 맛집 지도 같은 걸 그리고 있습니다. 다들 프랑스에서 여러해 지내는 동안 숨겨 둔 맛집들이 꽤 있어서 그걸 모아서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관련 분야에 재능 있는 친구들(요리 연구 박사 과정을 하는 Y, 관광 석사 과정을 마친 K, 공부에 관심 없는 그림쟁이 Z)을 모았기 때문에 당당히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씀드릴 순 있습니다.

뭐 그런 이유로 몇가지 부족한 자료 사진을 채우려고 파리행을 계획했습니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지만 이곳의 날씨는 항상 오락가락하기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저는 프랑스 서쪽에 살고 있기 때문에 파리를 가려면 기차를 타고 1시간 가량을 가야합니다. 오랜만에 파리행이라 들뜬 기분으로 기차표를 뽑고 플랫폼이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분 연착.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도인 TGV SNCF 는 연착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심지어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독일에 놀러 갔더니 기차가 제시간에 오더라 라는 류의 농담을 할 정도이기 때문에 10분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었습니다. 마침 기차역 안에 둔 피아노를 누군가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오시면 기차시간은 항상 넉넉히 잡으세요~ 특히 비행기요ㅠㅠ 기차 연착돼서 비행기 놓치시는 분 한 두분 봤어요.....)

20분 연착.

저는 이때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습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ㅠㅠ 마치 내 코인처럼...) 20분째 기다리려니 조금 심심해 졌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저와 같은 사람들이 책을 뽑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프랑스는 기차역 마다 1분, 3분, 5분 짜리 글을 볼 수 있는 책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무료니깐 이 자판기가 보이면 보고 싶은 길이의 책 버튼만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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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분짜리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프랑스어를 보니 머리가 아파져서 읽기를 때려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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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20분만 연착되고 기차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창 밖을 보니 눈이 몹시 오고 있었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기상 악화로 도착 시간에서 30분 연착된다고.......(자, 이제 총 1시간+50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분 후에 다시 30분 연착된다고 방송이 나왔습니다. (1시간50분 받고 +30분 더!)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을때 이 정도는 애교라는 듯이 당당히 연착 1시간을 불렀습니다. (1시간50분+30분+1시간)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전화를 걸고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정신을 놓고 노래도 부르시더라구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긴 했습니다. (물론 기차표 환불도 받았습니다. 연착이 1시간 넘으면 환불 받을 수 있어요) 눈이 미친듯이 오는 와중이었지만 저희도 미친듯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 카페는 저희의 숨겨진 맛집 중 한 곳입니다. 분위기, 맛, 비쥬얼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아직 관광객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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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충분히 찍진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저는 돌아가는 기차를 타러 가야만 했습니다. Montparnasse 기차역에 도착하니 이건 뭐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엄청난 인파가 모여서 모두 전광판만 보고 있었습니다. 기상 악화로 인해 모든 기차가 연착이 되고 있었거든요. 그 중 단연 최고는 서쪽으로 가는 방향의 기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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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한국 시간으로는 어제) 프랑스 중서부쪽에는 엄청난 폭설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저는 중서부를 왕복하는 미친 짓을 한 거죠. 기차를 한시간 빠른 걸로 바꾸고 애타게 기다려 보는데 연착 시간은 계속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연착 한시간 반이 넘어가자 기차역에서 어시스트를 하는 분들이 차와 커피, 주스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안내 방송을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사람들의 불안감도 점점 고조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의 기차 플랫폼이 뜨면 (프랑스는 기차가 들어와야 플랫폼이 뜨는 구조라 마냥 전광판 보고 뜰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박수를 치며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가야하는 방향의 기차는 연착이 점점 늘어나서 급기야 2시간 연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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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너무 추운데 전광판은 봐야해서 따뜻한 곳을 찾아 갈 수도 없었습니다. 대합실은 이미 만원이였구요..ㅠ 그때!! 마침내!! 플랫폼이 떴습니다! 도착한거죠! 저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 갔습니다. 기차를 타니 방송에서 이 기차가 마지막 기차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안도와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죠. 따뜻한 기차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자니 잠이 솔솔 오더군요.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큰 연착은 없었고 마음이 편해지니 문득 잊혀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똥 밟은 일이......

프랑스에 살면서 수많은 똥을 봤지만 한 번도 밟은 적 없었는데 그 일이 아침에 일어났었던거죠. 그때 나의 하루가 똥 같을거라는 걸 알았다면..하는 후회는 그렇게 되풀이 되며 저는 집으로 돌아오긴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뜻밖의 여정도 끝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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