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냐 나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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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ㅡ했지체

안녕.
나는 과거의 너야.
이 편지에 어제 하루동안 생활하며 너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을 적어봤써.
꼭 읽어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봐줬으면 좋겠어.

어제는 토요일
아침 6시쯤 알람소리에 깼어
전날 스팀잇 하느라 12시에 잔게 생각나면서 피곤해졌지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을 가서 씻고 드라이하고 화장품을 3가지정도 바르니 벌써 회사차를 타러 갈 시간이였지
옷을 입으러 나오니 남편이 쇼파에 있었고 오늘은 토요일이고 통근버스가 없다 그러니 출근길은 자는 아기를 몰래(?) 카시트에 앉히고는 회사까지 태워주겠다고 말했지.
생각해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더라고....
평일인줄 알고 통근버스 시간에 맞춰 출근준비를 끝냈던 거였지.
그런데 몇 분안되서 안방에서 아기가 깨서 소리를 내니 미안하다고 아무래도 아기랑 있어야 겠다고 했고 나는 그 길로 카카오택시를 불렀지.
아기와는 작별인사도 못한채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어.
택시 기사가 호출한 우리아파트 동으로 오지 않고 다른쪽으로 가는것 같아서 전화를 했어.
아저씨, 동 앞으로 와주세요
네. 얼른 가겠습니다

그리고 출근길 내내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 멍ㅡ 하니 창문을 응시하는데 목이 뻐근하더군.
오늘은 무슨 일을 하는걸까
상사에게 업무를 못 하겠다고 한 이후 사이드로 빠져서 자질구레한 잡일만 하고 있어.
솔직히 전에는 화장실에 갈 틈조차 없이 바삐 일했는데 업무가 사라진 후 여유가 생겨 중간중간 휴식처럼 편한 시간이 있는 경우가 생겼지.
그런데 이게 정말 잘 된 일일까 생각을 문득문득 하다가 에잇. 그냥 여기서는 돈만 벌고 나간다고 생각하자며 일해.

일하다가 틈이 조금 생기는데 다른걸 도와줄까 하다가 괜히 업무만 더 늘어날것 같아서 바쁜척 했어.
점심시간이 되서 다른쪽 사람들과 밥을 먹었지.
업무를 못한다고 한 이후 내가 속한 곳에 사람들과는 멀어졌어.
그래서 밥도 다른쪽 사람들과 먹고 있지.

밥시간에 언니가 다들 어제 뭉쳐서 저녁 12시까지 2차까지 가며 놀았다고 어디가서 뭘먹고 뭘먹었다고 신나게 얘기하는걸 멍ㅡ 하니 들으며 밥을 먹었지.
유부녀 6명이 뭉치다니 대단하다고 느꼈어.
아기는 누가 봐줬냐고 하니
남편이 밥먹이고 재우고 설겆이 했다더군.
그쪽은 아기가 두명인데도 남편 또한 대단하다고 느꼈지.

같이 밥 먹는 후배랑 나 빼고 술집을 가서 뭉친 얘기를 들으며 서운해졌어.
나한텐 가자는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런 내색하는것도 무리에서 싫어할까 잠자코 있었지.
나랑 놀면 눈치가 없어서 재미가 없나봐.
하고 자책하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이어가는 중에 같이 밥 먹던 후배가 단톡에 어떤 내용이 왔다고 얘기하니 언니도 톡을 보더군.
얼핏 보니 나빼고 단톡도 있더군.
난 그냥 밥먹는 후배인가봐.
전에는 퇴근후 뭉칠때 끼워주더니 ....
하고 쿨하게 못본척 다른 얘기를 주고 받고 커피숍에 가서 음료를 먹고 왔지.

다들 양치질을 하러가고 난 앉아서 스팀잇을 하는데 딱히 오늘 포스팅 할 내용이 떠오르지 않더군.
10분정도 시간동안 글 쓰는것도 빠듯하고.
그리고는 다시 업무시작.

일하는중에 아기와 남편생각 보다 어제 다들 모여서 무슨 얘길 그리 즐겁게 했을까 짚어보게 되더군.
내 얘기도 했으려나. 했다면 뒷담?
여자무리는 빠진 사람 욕하는게 진리니까.
아냐. 그정도로 나한테 관심없을꺼야. 내가 뭐라고.

잠시 쉬는시간 알던 후배가 언니는 왜 사이드에 있냐고 하기에 일을 못해서 그런다고 했지.
네? 언니 전엔 잘 하지 않았나?
아냐^^ 나 일 못해서 매일 욕 먹음.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사실 일 문제가 아니라 같이 업무하는 동료와의 마찰때문이라고는 말 못했지.
딱 일주일인가 일하는 내내 지옥같았다고...
오늘은 무슨 소릴해서 복장을 뒤집을까 조마조마하며 일했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지.
그런데 사람 욕하면 언젠가는 그사람 귀에 들어가더군. 혼자 ㅡㅡ씁쓸해하며.......

하며 일을 하고 마치는 시간이 되서 정시에 칼퇴하려는데 관리자가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걸 느꼈다. 고깝다는건가. 워킹맘이라 배려는 해줬다지만 정시칼퇴는 심하다 이건가? 혼자 저 눈초리를 추측하며 또 아무렇지 않게
주말 잘 보내세요^^
웃으며 일부러 인사하고 퇴근해서 나왔지.
차라리 딴 부서로 보내.
라고 생각하며 그냥 나왔는데 어쩔꺼람.

남편의 전화가 미친듯이 울리고 얼른 나오니 회사밖에 돌지난 아기랑 같이 날 기다리고 있었지.
그 길로 같이 롯데마트에 장보러 갔지.
장보는 내내 다음주부터 바뀌는 어린이집 얘기를 남편통해서 듣는데 1년동안 쓰는 물티슈 가격으로 10만원을 요구했다는 얘길 듣고 화가났지.
1년동안 100통이라도 쓴다는거야? 말이야 방구야.
1달에 정부지원금 말고도 12만원 정도 드는것도 심하다고 느꼈는데 물티슈가격으로 10만원? 그 얘길듣고 그 길로 원장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전에 원장이 날 수신거부한 사례가 생각나서 그냥 참았지.

장을 보는 내내 남편과 짜증짜증 투닥투닥 거리며 어찌저찌 몇개 정도 장을 보니 벌써 10만원이네.
아기 기저귀 댸량구매 시기를 놓쳐 마트에서 사니 그리 비싸. 이래서 워킹맘을 못 그만 두겠구나.

집에 오니 건강검진 결과지가 있고 7가지 항목에서 질병이 나왔대. 위, 자궁, 저체중, 골다공증, 대장 뭐 난리도 아니내. 남편에게 돈 더 벌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얘기했지.
그리고 몇 시간을 아기 어린이집 얘기만 했지.
회사 입사때 보다 어린이집 선택이 더더더 오백만배 신경쓰인다고 하니 남편은 태어나서 이렇게 선택에 스트레스 받는건 처음이라며 이하동문이라고 했지.

지금 보낼 어린이집은 집과는 가까운데 원장이 돈에 눈이 먼 것 같다고 걱정 또 걱정 다른걱정
우리부부.
사랑한다는 말도 안한지는 오래됐지. 생각해보니.
둘째생각은 들지도 않는다. 이미 벅차서.
벌써 아기 잘 시간이라 얼른 아기옆에 눕고 남편도 아기옆에 누웠는데 그길로 씻지도 못하고 잠듦.
일어나서 폰을 보니. 어제 글을 안썼네?
하긴 누가 ㅋㅋ맨날 죽겠다 타령인 글 보러오겠냐
하며 아 죽겠다소리나 더 적어야지.
여긴 내 스트레스 푸는 곳이잖앙^ ^
하며 또 푸념잡념똥글을 쌌다. 아 시원햏

쓰고 다시 읽어보니 내 회사생활은ㅋㅋ가식과 눈치의 연속이네 내년에 이맘때 쯤엔 좀 더 행복해지길.
그리고 내년에는 내 생각도 성숙해지고 우리부부사이도 좀 더 좋아지길.
이상 똥글 마침.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스킵 좋아하는 저 같은 스티미언을 위한요약
어제 하루 망상의 연속.
토요일 특근. 마치고 장 봄. 어린이집 걱정.

이상.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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