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 정요나
어느 섬 외딴곳 작은 마을이었던가
그곳에 슬픔과 경멸을 파는 노파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삶이 너무 무거워 속죄하며 살고 있다던 그는
견디어지지 않는 날이면 조용히 밧줄을 꼬았다 일 회분의 가루약만큼
바람은 차고
말없이 전할 마음이라도 있었던가
마음을 전할 벗이라도 있었던가
눈물을 참는 식으로 그는
사라지고 싶은 날이면 애꿎은 저고리를 꿰맸다
나는 왜 그토록 울었을까 모든 것이 한 번뿐인 세상에서
여느 누가 그렇듯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나는
울었던가 섬으로 찾아갔던가
슬픔과 경멸을 잔뜩 사서 돌아갈 때가 되면
그는 꽃으로 만든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곤 했다
사라지러 가는 길을 걷다 보면
나는 또다시 하루 이틀 살아지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야만
사라질 수 있을까 소명처럼 찾아온 의문이었다
프리다 칼로는 빈센트 반 고흐는 어땠을까 그들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사라지러 가는 길 위를 살았기 때문일까
반지의 이름은 무엇이었던가
견디어지지 않는 날이면 슬픔과 경멸을 섞어 마시곤 한다 일 회분의 가루약만큼
안녕하세요 여러분, @yonah 요나입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강아지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 하루종일 누워 있었어요 ㅜ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예전에 쓰던 일기장을 꺼내어 읽었는데요. 조금 부끄럽지만 제가 쓴 시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가지고 왔어요 ㅎㅎ....
이 시는 제가 힘들고 괴로웠을 때 쓴 거예요.
몸이 아플 때 약을 처방받는 것처럼, 슬픔 역시 처방받아 가루약 먹듯이 탈탈 털어 먹고 나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 조금 더워졌다고 방심해서 선풍기 틀고 잤더니 바로 걸렸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