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기] 교육이 끝난 후 처음으로 일 시작 - 아직은 서툴지만 언젠간 익숙해질거야(2018.02.13)

올 초부터 한 병원에서 임상심리 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수련 과정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분야는 아주 알려져있지 않은데, 쉽게 설명드리면 병원의 정신과에서 환자나 내담자를 검사해주고 진단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직종이다(임상병리사와는 다른 일을 합니다, 라곤 하지만 나도 임상병리사 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니 사실 비슷한 일을 하고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오늘, 길고 긴 교육이 끝나고(아직 조금 남았다 ㅎ)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임상심리 수련 과정에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뻤지만, 사실 지금은 그정도로 기쁘진 않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고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며 나 자신이 이 분야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헀으나, 수련 준비를 하며 그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전공 공부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어려웠고, 심리검사 이론들은 모두 심오한 이론 처럼 느껴졌으며,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절차는 마치 의사들이 수술을 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실, 달달 암기를 하면서도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이 와닿질 않았다.

그리고 수련에 비로소 합격한 이후, 초반에는 정말 이 직업이 나와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 때까지 총 19년을 공부했는데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 그리고 안다고 생각했지만 5%도 알지 못했던 것들이 나에게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것을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습득해야 했고, 오늘 비로소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얻은 것은 내가 이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해도 될까? 이 분야에는 정말 천재적이고 일까지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들만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자격이 없지 않을까? 그래도 힘들게 들어온 분야이고, 함께 일하는 분들도 너무나 잘해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제대로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윗년차 선생님의 보조를 받아 하긴 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내가 총괄해서 책임져야하는 나만의 일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일을 잘했을까? 당연히 그리 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다시 느낀 것은, 이 분야가 정말 매력적인 분야이고, 서툴긴 하지만 한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해 어느 정도 구색에 맞춰 일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능수능란하게 내가 놓친 부분들을 서포트해주시는 윗년차 선생님을 보며, 나도 1년간 열심히 공부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 임상심리라는 것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애증의 대상이지만, 앞으로 한 동안은 조금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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