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동 글쓰기의 역사 1] 학보사에 글을 기고해 1만원 문화상품권을 받다 - "기초과목에 논리학 수업이 필요하다"

스팀잇을 하고 있는 우리는 글을 써서 적게는 몇백원, 많게는 몇백만원의 보상을 얻고있다. 글쓰기가 일종의 노동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글실력은 없지만) 글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에게 혁명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스팀잇에서 글에 대한 보상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현재까지도 스팀잇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글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꽤나 저서가 많이 팔려 이름을 날렸던 어떤 책의 저자가 받는 인세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렇다. 현실 세계에서 글을 써서 돈을 벌기란 정말 힘들다. 특히 나처럼 글실력도 없고 빽도 없고 외모도 후달리는(?) 사람에겐 더욱 기회가 없다.

그러나 나의 비루한 글쓰기 커리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글을 써서 돈을 번 기억이 있다. 나는 이러한 글을 써서 돈을 버는 행위를 "노동 글쓰기"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다들 관심은 없겠지만 내 삶의 노동 글쓰기의 기억을 몇 가지 들춰보려고 한다. 그 중 팀으로 논문을 써 상금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고, 온전히 나 혼자 시작하고 마무리 지은 노동 글쓰기는 딱 2 사례가 있다. 오늘은 그 중 학보사에 글을 기고하고 문화상품권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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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가 쓴 글이 저명한 언론(?)에 활자로 인쇄되어 실렸던 것을 본 기분은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4년 무더운 여름, 몇명의 후배들과 함께 대학원 입시를 위해 영어 스터디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평소 수다떠는걸 좋아하는 나는 사실 영어 스터디보단 잡담에 좀 더 집중했다(그 땐 대학원 시험까지 정말 많이 남은 것처럼 느꼈었는데, 매우 오만한 짓이었다).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구조주의자에 논리실증주의자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었고, 존경하는 철학 교수님의 형식논리학과 실용논리학 수업에 심취해있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논리학 기초과목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과 사고를 한다고 주장하며 영어나 글쓰기 처럼 필수교양과목으로 논리학 수업이 포함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소 되도않는 소리를 하면 다들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젓기마련이었는데, 한 후배에게는 이런 장광설이 꽤 재미있게 들렸나보다. 스터디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 나를 부르더니, 대학 학보사에 기고문을 하나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나는 언젠가 언론에 노출되기를 소망하고 있었고,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쓴 글이 신문 형식으로 인쇄되어 나온다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거창하게 말해 기고문이지, 문화상품권 1만원 권을 경품처럼 주는, 학보사의 지면을 채우기 위한 일종의 '우리 학교 학생의 소리' 같은 코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에게 1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고, 저명한 신문(?)에 내 글이 실릴 수 있다는 사실도 매우 기뻤다. 전해들은 말로는 코너 담당자가 내 글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 같지만, 딱히 문화상품권의 금액이 늘어나진 않았다. 그리고 일부러 수업을 들었던 철학 교수님을 언급하며, 그 교수님이 내 글을 읽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이후에 나에게 별 말씀을 안하신 것을 보면 읽지 않으신 것 같다. 뭐, 이제와서 그리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결국 이 글을 쓰고 햇수로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학교에 논리학 필수 교과목이 생기진 않은 듯 하다. 나는 논리학 수업이 대학의 기초 교양 과목이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고 있다. 내 목소리가 학교에 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짤막한 잡문이라도 읽은 누군가가 어떤 새로운 생각을 떠올렸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나만 신문지가 닳도록 보고 또 봤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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