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행기]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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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여행기]0일차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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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상하이에서 만나기로 한 사업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3일 밖에 못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 친구는

"야! 시꺄! 하루만에 나오는 걸로 바꾸면 되잖아!"

라고 나를 마구 갈궈댔다.(헛소리14화에서도 말했던 바 있듯이, 내 주변의 사업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성격이 더럽 불 같다.)

급하게 비자를 익일 코스로 변경하니 겨우겨우 출발 당일 저녁에 비자가 나온다고 한다. 휴. 요금은 7만원이 더 나왔지만... 급하니 별 수 없다... 욕 얻어먹고 돈도 쓰고 또르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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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일인 대망의 8월 8일이 되었다.
급하게 여행을 가게 된 탓에(+귀차니즘), 출발 당일 까지도 스케쥴을 못 짜고 있는 상황...

게다가 여행 간 동안에 보팅을 못 할까봐 스파를 모두 소진하기 위해 열심히 보팅을 하고 돌아댕겼더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

결국 스케쥴 따위 없이 디즈니랜드와 와이탄은 꼭 가보겠다 정도의 다짐만 하고 서둘러 출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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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한 빌딩에서 비자를 받아 들고, 홍대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ㄱㄱ.
엘리베이터가 80년대 스럽길래 한 번 찍어봤다.

잠깐. 근데 사진이 다소 어좁스럽게 나온 것 같아서 보충설명... 나는 어깨가 넓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어깨가 넓다.

잠깐. 다리도 짧아 보이게 나왔네...-_-
다리 짧은 건 인정. 쿨하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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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시간에는 당연스럽게도 스팀잇을 한다. 내친김에 포스팅도 해본다. 제목은
[잡설]여행 갈 돈으로 스파업을 해야 하는데...

아... 진짜 중독자 같다. 포스팅 제목 부터 중독자 같다. 이럴 시간에 여행 일정을 짜야 되는데...
하지만 심지어 여행 중에 매일 포스팅 하는 어떤 분도 있으니... 그 분이 진정 중독이라면 나는 하독 정도 밖에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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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스팀잇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인천 에어포트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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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실.
담배 중독자 같아 보이겠지만 나는 생각보다 별로 안 피운다. 다른 사람이 중독이라면 나는 하독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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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쾌적한 스팀잇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중국 유심을 샀다. 무려 여행기간 내내 4G무제한이다. 겔겔겔... 나도 여행중에 포스팅을 함 해볼까? 겔겔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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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발권하는 법을 까먹어서 걱정을 좀 했는데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예쁜 여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내 티켓에 해당하는 항공사의 데스크에 찾아가면 알아서 해준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내 이상형이다. 당신을 두고 떠나야 하는구려... 사랑했다...

그런데 발권을 하러 가보니 웬 기계가 옆에 설치돼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신문물의 이름은 자동발권기. 21세기는 참 좋은 것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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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는 발권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다.
야레야레. 저 닝겐들은 20세기를 살고 있구만... 냐하하하.

문명인의 우월감을 한껏 느끼며 터치스크린을 작동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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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니!?

글자가 중국어로 나온다...??

출국편이 중국 항공사의 항공편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모든 안내 문구가 중국어로 나왔다. 물론 영어가 밑에 나오긴 했지만 나는 이미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제... 제길!"

이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나는 화면 한 구석의 language 버튼을 눌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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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화면에는 영어가 사라지고 중국어만 나오게 되었다.

머릿속에 중국 입국 심사대에서 공안에게 붙잡혀 국제미아가 된 모습이 상상되자 나는 약간 패닉 비슷한 상태가 되어 버렸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기계를 몇 번 만졌더니 결국 기계는 '지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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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어?
니가 왜 나왔어?
어떻게 나왔지?

공항 직원한테 물어보니 제대로 잘 나온거 맞다고 한다.
휴... 나는 한숨 돌리고, 무사히 출국 심사대를 나왔다.
그런 다음은 뭐다?

쇼핑타임0b
수많은 면세점들이 보였지만,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내가 곧장 직진해 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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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면세점... 다시 말하지만 난 중독 말고 하독이다.

그 증거로...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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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계(計)가 아니겠는가. 냐하하...

그래서 산지 며칠이 지난 지금은 담배 한 번 피고 전자담배 한 번 피고 하는 중이다... 역시 잘 샀어(..?) 양념반 후라이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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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상하이행 비행기는 출발하고...

저녁이라 그런지 기내에 불이 다 꺼진다.
나도 잠깐이나마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

근데 10분 이따 불이 켜진다.
무슨 고등학교 쉬는시간도 아니고 10분간 휴식이냐... 라는 불평을 하고 싶었지만 승무원이 모두 중국인이라 가만히 있는다.

알고보니 기내식 타임이다. 오예엥~
그럼 지금부터 중국 저가 항공사의 기내식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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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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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분간 휴식 10분간 소등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상하이에 도착했다.
상하이의 하늘에서 맞이하는 야경은...

먹구름이 껴 있었다.(↑자세히 보면 먹구름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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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동공항 도착. 공안들이 시키는 대로 쭉쭉 나가다 보면 무사히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다.
특이했던 점은, 예전에 중국 여행을 갔을 때는 없었던 신원 확인 기계? 라고 해야 하나...
지문도 인식하고 얼굴도 인식하고 하는 첨단 기계가 있었다. 그러고 다시 한번 또 사람이 확인하고, 그 때도 지문을 또 찍는다. 닳겠다...

택시 기다리는 곳으로 나왔더니 줄이 엄청나게 길다. 평일 저녁인데 이정도라니 역시 상하이는 상하이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유심칩을 갈아끼운다.

젠장.
느리다.
4G라며...ㅠㅠㅠㅠ 3G보다 더 느리다.
그래도 일단 중국 지도 어플은 켤 수 있었다. 내친김에 내비도 된다. 휴, 다행이다.

이게 없으면 목적지까지 불안하지 않게 갈 자신이 없다. 혼자 외국에 나온 건 처음이라, 특히 중국에서는 택시 바가지도 당할 것 같고...
이 때까지는 마치 생전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다음날 모든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로 어떤 짓을 벌이게 되고... 그건 다음화에 계속.

암튼 다음 차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팀잇을 딱 켜는데...
젠장.
안 된다.

네... 네이버는!?
안 된다.

갸아악...!!!!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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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불능이라니...!
불능이라니...!!ㅠㅠㅠㅠㅠㅠ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중국 유심을 사용했기 때문에 중국 IP로 잡혀서, 외국 어플은 안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 증거로 미리 깔아서 간 중국 어플은 다 된다.
젠장....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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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좌절하고 있는 사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택시에 탑승했다.

대만에서 반 년 동안 살았던 적도 있고, 생존 중국어는 가능하기에 나는 네비를 보여주면서 중국어로 "여기 가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핸드폰을 뚫어지게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한테 뭐라고뭐라고 막 묻기 시작했다.
근데 나는 몇 년 동안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아저씨가 하는 말이 하나도 안 들린다.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생존 중국어는 할 수 있을줄 았았는데, 이건 뭐 한 단어도 안 들리는 거다. 그래서 그냥 "팅부동"이라고 말했다. 못 듣는다는 뜻인데,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한 말 중 하나다. 두 번째로 많이 한 말은 "저 중국어 못해요"라는 말...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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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혹시라도 이상한 길로 갈까봐 네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갔는데, 그냥 쾌적하게 잘 운전해서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텔 이름은 来来大酒店. 한국 발음으로 옮기면 라이↗라이↗따↙지우↗디엔↘ 정도가 된다. 굳이 성조까지 표현한 이유는... 다음 화에 나온다. 암튼.

친구와 만나자 마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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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러 갔다.
중국에 왔으면 양꼬치를 먹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꽈! >0</

그런데 한국 양꼬치랑 맛이 똑같다.
너무 인상이 안 깊게 먹어서 양꼬치 사진이 없다.
신나다 말 뻔함...
그런데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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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라 라라라 라라~

아... 이건 진짜...
뭐랄까...
암튼 진짜 맛있습니다.

근데 좀 비싸요. 상하이가 전체적으로 음식값이 싼 편인데도 이건 하나에 한국돈 한 3000원 한다고 하네요... 암튼 무지 맛있음. 아차
너무 맛있다 보니 갑자기 존댓말 하고 있다;; 암튼 맛있음.

@torax는(은) 다시 신이 나고 있었다!

근데 술집에 술이 없다고 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사고, 친구가 배달 어플로 음식 시켜서 호텔에서 먹음. 맥이 좀 끊겼다 붙여졌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재미있었다. 친구랑 만나면 맨날 하는 일이 술 마시는 건데도 정말 오랜만에 외국에 나와서 먹으니 뭔가 색다르기도 하고 추억도 살아나는 것 같고 좋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친구가 대만에서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만난 친구라, 이런 비슷한 분위기에서 반 년동안 매일같이 술을 마셨었거든. 그래서 익숙한 추억인데, 그 짓거리를 정말 십 년 가까이 지난 다음에 다시 하니까 뭔가 새로우면서도 그리운 그런 느낌이었다.

아, 근데 신기한게 얘네는 배달원이 몇미터 남았는지도 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계산은 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하는데, 웃긴게 동네 편의점에서는 주인이 우리가 사는걸 자기 머리로 암산을 해서, 총 합계만 알리페이로 계산을 한다. 뭔가 테크놀로지의 적용이 좀 뒤죽박죽인 것 같다만... 그냥 이 사람들은 이게 자연스럽다니 뭐.

이렇게 상하이 여행 1일차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다음날...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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