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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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평소에 재채기를 자주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재채기를 하는데

"...!?"

허리 아랫부분에서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불길한 직감이 들었지만 '설마 괜찮겠지' 하고 일을 계속했다.

무슨 개그맨도 아니고 설마 재채기 하다가 허리가 나가겠어? 라는 심정으로. 근데 살아가면서 느낀 게

혹시나는 항상 역시나가 되고,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다.

저릿저릿한 느낌이 척추 밑에서부터 점차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느낌이 점점 통증으로 변해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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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다음날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다.

한의사 선생님이 혀를 차더니, 재채기를 하다 허리가 삐끗한 경우는 허리가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보통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많이 그러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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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허리가 아파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사는곳 근처로 약속 장소를 변경.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나를 보며 친구는 한의사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쯧쯧거리며 혀를 차더니 말했다.

"야, 너는 허리 쓸 일도 없는 애가 왜 허리를 다치냐?"

이 말은 즉, 수 년간 일과 공부에 전념하느라... 만들고자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그렇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없었던 나를 놀리는 거였다. 나는 발끈해서

"야! 허리를 써서 다친게 아니라 허리를 하도 안 쓰니까 약해져서 다친 거지!"

라고 대답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닥 좋은 대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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