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헛소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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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5화에서 소개한 그 문제의 미용실을 또 갔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 예뻐서 가는 건 아니다. 암튼 아니다.

내 헤어스탈은 2013년 이후로 고정불변이다.
역시나 오늘도 그냥 의자에 앉으면 알아서 깎아준다.
투블럭 6미리로. 앞머리는 눈썹 위 끝에 걸치게. 가르마 안 타고.

몇 달 전만 해도 예의상 물어봐 줬는데 요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의자에 앉으면 자동으로 깎아버린다...

뭔가 예전에도 그렇고 계속 불친절한 느낌이 나게 쓰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 꽤 친절하게 잘 해주는데... 그때 디자이너 선생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감으러 가실게요.”

헉...

hair-30217_960_720.png

그림 속의 남자는 죽은 듯이 편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공포의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넵...(동공지진)”

dongong2.gif

나는 머리 감는 의자에 기대어 누워 눈을 감았고, 부디 오늘은 머리 감는 시간이 무사히 넘어가게 해달라는 묵언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차피 차갑거나 뜨거울 거라면, 헛소리 포스팅에 적을 수 있게 좀 웃긴 상황이나 만들어지게 해달라는 생각이 마음 속으로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헉, 아니야! 취소! 그냥 무사히 넘어가는 거만 해주세요!’ 라고 기도 내용을 수정했다. 나는 잡생각이 많아서 이렇게 소리를 안내고 기도를 하면 항상 내용이 꼬인다.

아무튼 내가 기도를 하는 사이 디자이너 샘이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그런데 샤워기에서

푸지직 삐직! 삐지직!

하면서 물이 나왔다 말았다 할 때 나는 괴음이 들리는 것이었다.(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겠지...?)
나는 속으로 ‘하... 취소한다고 했잖아요 하나님!ㅠㅠ’ 이라며 절규했고
디자이너 샘도 좀 민망했는지

“오늘따라 물이 잘 안 나오네?”

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그래도 꿋꿋이 머리는 감겨줬지만.

물 온도는 리드미컬하게 푸지직 할 때 차가운 물, 삐지직 할 때 뜨거운 물이 번갈아서 나왔다. 무슨 북치기 박치기도 아니고 리드미컬한 박자로

푸찌직 삐찌직 푸찌직 삐찌직

하면서 두피를 리드미컬하게 마사지괴롭혀 주었다.

daasd.jpg

그런데 그런 상황이 뭔가
짜증이 나야 되는데
되게 웃긴 거다.
심지어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마저 들기도 했다. 소재가 늘어났다는 그런 기쁨?(내가 무슨 웹툰 작가도 아니고 왜 기뻐했지)
그래서 갑자기

“크흡...”

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그러자 디자이너 샘도 멋쩍게 웃으면서

“ㅎㅎ 죄송해요 물이 잘 안 나오넹ㅎㅎㅎ”

라고 말했다.
모두 웃는 것으로 오늘도 훈훈하게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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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메이








를 감자칼로 깎는 혁명







에 동참한 스티미언이 있었다.
그 포스팅을 살포시 링크해 보기로 한다.

감자칼은 정말 혁명입니다. (feat.참외)
by @sitha

다음은 혁명군의 인증사진(불펌. 문제시 삭제)

바라만 봐도 참으로 흐뭇한 사진이 아닐 수 없다.




@sitha는 감자칼을 사용하여 가사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그로 인해 남는 시간은 영어단어를 암기하는 데 활용했다.

남들 참외 깎을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를 더 외운 @sitha는 결국 10년 뒤인 2028년에(이천이십팔년... 욕같지만 욕 아님...) 토익 만점은 물론 네이티브 스피커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여러분 감자칼이 이렇게나 좋습니다

오늘의 헛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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