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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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세상은 우리에게 감사하라, 웃어라, 긍정적이어라, 라고 얘기한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인 거 같다. 그래서 우린 웃음 연습, 긍정 연습을 졸라 많이 한다, 그게 우리를 또 다른 매트릭스에다 밀어 넣는 걸 모른 채. 뭐, 나도 한 때는 감사 일기장을 마련해놓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노트하며 무던히도 감사하려 노력했던 일이 있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서야 안다, 그런 것들은 억지로 해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다른 두 개가 한쌍을 이루는 이원적인 세상에서 다른 하나를 버리면 이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두 개가 모여 완전한 하나를 만드는 이곳에서는, 한쪽을 배척하면 다른 한쪽을 절대 절대 취할 수가 없다. 하나를 가지려면 다른 하나가 어떤 건지 완전히 알아야만 가능한 것이지 하나를 버리고선 다른 하나를 못 가진다는 걸 알아야만 한다. 차가운 물의 차가움을 모르고선 뜨거운 물의 뜨거움을 알지 못하듯이 둘 중의 하나를 취할 수 없는 게 이 굿판의 원리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부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을 부정하면 우리가 원하는 긍정은 신기루다. 긍정을 취하기 위해선 부정이라는 아이를 온전히 완전히 느껴야만 한다. 긍정만 편애해선 절대로 네어 에버 긍정을 가질 수가 없는 게 이 바닥의 법칙이다. 잠시 잠깐 긍정의 맛배기를 보여줄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긍정의 둑이 터지면 저 깊은 동굴 안에서 칼 갈고 있던 부정이 메가톤 급의 폭발력으로 바깥으로 튀어나와 지옥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웃으면 복이 오지 않는다. 대신 울어야 한다. 안에 억압돼 있는 감정의 타래들은 울어야만 풀 수 있는 것이지 웃음으로는 절대로 풀 수가 없다. 언제부터 울음을 타부시 했는지 몰겠다만 우린 울어야 한다.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니 사람들 앞에서 울어야 한다. 그렇게 상처를 세상에 내놓고 치유 시켜야만 긍정, 행복, 감사, 웃음이 따라 오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다. 마음이 그리 쉽게 다잡는다고 다잡혀지는 것이면 우리의 존재 의미가 없다.

그러니 억지로 긍정 감사의 틀에 자신을 몰아 넣지 마라.
당신 안의 당신과 하나가 되면 긍정 감사는 저절로 오는 법, 상처 치유에만 전념하라.
일어나야만 했던, 상처 받아야만 했던,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그 어떤 힘에 의해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꼬라지, 다 괜찮다. 그냥 보듬고 토닥거려주다 보면 천상천하유아독존스런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니, 상처에만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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