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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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월왕 구천은 부차에게 패하여 회계산 위에서 곤경에 처해 있었고, 그리하여 곧 범려와 계연을 임용하였다. 계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쟁이 있을 것을 알면 미리 준비를 갖추고, 물건이 어느 때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을 알면 곧 상품과 물건의 이치를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時)와 용도의 두가지가 드러나 밝혀지면 온갖 재화의 수급 사정을 미리 간파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큰 가뭄이 있은 뒤에는 반드시 홍수가 있기 때문에 가뭄이 있는 해에는 곧 미리 배를 잘 준비해 두고, 큰 홍수 뒤에는 반드시 가뭄이 있으므로 홍수가 난 해에는 곧 미리 수레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물자의 등락을 장악하는 도리 입니다. 일반적으로 농업생산은 6년에 한번 풍년이 들고, 6년에 한번 가뭄이 들며, 12년에 한 번 큰 기근이 있습니다. ... 중략... 어떤 물건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거나 아니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면, 곧 가격이 오를 것인가 아니면 떨어질 것인가를 능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가격이 올라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곧 떨어지게 되고, 가격이 떨어져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곧 오르게 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올라 일정한 수준이 넘게 되면 물건을 마치 인분 보듯이 하여 한 점 주저함 없이 내다 팔아야 하고, 가격이 떨어져 일정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물건을 마치 진주 보듯이 하여 아무런 주저함 없이 사들여야 합니다. 물건과 화폐는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이 끊임없이 유통하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소준섭 편역 사마천의 사기 화식 열전 中

위에 인용한 이야기는 지금으로 부터 약 2500년 전에 나눈 대화 입니다. 이 후 구천은 계연의 책략을 채택하여 월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복수를 하고 5패의 하나로 이름을 올립니다. 저는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시기와 가격, 매매를 논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나왔습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적용할 수 있는, 핵심를 찌르는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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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개월간의 XBT/UST 등락 입니다. 과연 지금의 가격은 인분일까요 진주 일까요?

꾸준히 약세를 보여 1000원이 위험한거 아니냐 하던 원달러가 다시 1080원 선으로 올라가고, 근래 $9900 까지 올랐던 BTC가 다시 슬금슬금 $9000선을 터치하는 것을 봅니다. 스팀도 $3.6수준으로 내려와 있는걸 보면서, 계연이 구천에게 이야기한 '일정한 수준' 의 가격이 어디인가 고민해 봅니다. 정답에 가까운 추측을 제시할 수 있는 혜안이 없음에 아쉬워 합니다.

한국에 계신 스티밋 이웃들 모두 원화를 채굴하러 떠날 시간이군요. 흐르는 물과 같이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며 움직일 테니 조급해 하지 마시고, 오늘도 본업에 힘쓰며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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