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독서



잠시 무기력과 우울감이 스쳐갔던 10월이었다. 막 사람을 만나고 다녔던 날들이라 트레바리를 가입해볼까.. 하다가, 아는 친구가 소개해준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앗싸 일단 돈은 아꼈고~아 무튼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단편들을 묶은 <작별>이 이번 달 책이었다. 나는 모임날보다 꽤 일찍 완독을 했고 작품별로 휴대폰에 짧은 인상평을 남겼다. 독서모임날이 되자 나는 읽었던 내용의 50%를 까먹었다. 분명 재미있게 읽었는데!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휴대폰 메모를 보고 간신히 소설 내용들을 불러오기했다.



우리는 차를 한 잔씩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친구는 한강의 <작별>을 읽으면서 꺼이꺼이 울었다고 했다. 아 나도 인상깊게 읽긴 했는데 울 정도였어요? 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울었느냐 물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문장을 보면 눈물이 막 난다며, 아이들을 천으로 덮는다는 문구가 나왔을 때 울었다고 했다.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독서 모임을 나왔다고 했지만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의 반응은 어머,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라며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들과 포옹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도 했다. 나는 아들이라뇨? 딸 아니었어요? 아들이었어요. 아니, 분명 딸이었는데? 라며 헛다리를 집기도 했다. 이렇듯 짧은 단편들이었음에도 모두의 기억과 망각이 대부분 일치하지 않았다.



모임이 끝날 때 즈음 다음 책을 선정하느라 이야기를 나눴다. 까뮈의 <이방인>으로 책이 정해진 다음에는 누구의 번역으로 읽을 것인가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방인>은 번역본이 정말 많다. 우리는 각자 휴대폰으로 누구의 번역이 더 좋은지, 번역에서 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어디인지를 검색했다. 누구도 결정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한 시간이 흘러갈 때 갑자기 누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뭘 읽든, 어차피 기억 못 할 거잖아요! 그러고서야 우리는 웃으며 찻집을 빠져나왔다. 그 사람이 나였던가 아니었던가.





slogo.jpg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