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한국-멕시코 전에 대한 간단한 후기

안녕하세요. 토요일 밤에, 저는 별 기대 없는 마음으로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봤습니다. 최소한 제 두 시간을 돌려주세요 같은 문장은 안 써도 되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전 이후에 쓴 것과 마찬가지로, 저는 축구를 팬으로 많이 봤지만 전문적인 지식은 딱히 없는 사람이니 팬의 넋두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아예 다른 전략, 절반의 성공

스웨덴전에서 드러난 건 한국의 미드필드가 역량 미달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공격의 조율이 안 된다는 점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시스템상의 문제와 개인의 기량 저하로 인해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의 연결은 참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나름 여기서 결단을 내려, 약점을 건너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수비 후 뻥축구식 카운터. 이름만 들으면 부정적인 것 같지만, 전 전략 자체는 신 감독이 잘 선택했다 생각합니다. 손흥민은 확실히 멕시코 수비수들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스피드와 테크닉을 갖춘 선수였고, 문선민도 활발한 활동량을 자랑하면서 멕시코 수비수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과물이 안 나오긴 했지만, 전략 자체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빅맨이면서 몸싸움이 그닥 능하지 않고 스피디한 전개에 용이하지 않은 김신욱을 뺀 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스피드에 올인할거면 올인해야죠.

  • 투지와 무모함의 경계선, 아쉬운 판단력

확실히 스웨덴전보다는 투지가 넘치고, 공항에서 엿가락 세례를 맞기 싫은 마음이 많았는지 선수들이 대부분 파이팅 넘치고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공격에서는 나름 위협적인 장면을 몇 개 만든 반면, 수비와 중원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장면을 많이 연출했습니다.

특히 기성용의 다혈질적인 면이 많이 드러났는데요, 기성용이 경고를 안 먹었다는 게 전 솔직히 꽤 놀라웠습니다. 심판 성향에 따라선 지속적인 파울에 따라 두 번의 경고를 줘도 할 말 없다고 봅니다. 그 외 다른 경고들도 할 말 없습니다. (단, 기성용이 막판에 교체카드 다 쓴 후 부상당해 뛰지도 못하면서 이를 악물고 필드에서 최선을 다한 건 좀 짠했습니다)

그 외에도 정우영의 팔꿈치 파울 등, 선수들이 평정심이 부족하고 파이팅이 약간 과도한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입니다. 차라리 이런 모습이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것보단 좋았다고 생각하지만요.

장현수의 PK는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크로스를 막기 위한 수비를 할 때 팔을 최대한 몸에 붙여 놓거나 스탠딩 수비를 할 때는 뒷짐을 진다는 건 축구를 해봤거나 좀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장면입니다. 만세를 부르면서 슬라이딩이라니......게다가 그 부분에서 슬라이드를 한 것 자체가 솔직히 위험천만한 장면이라 봅니다.

두 번째 골은 이미 장현수가 그 부분에서 슬라이딩을 안했어야 한다는 건 3사 해설위원들가 네티즌이 열심히 씹었으니 넘어가고......일단 기성용이 반칙을 당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휘슬을 안 불었는데도 선수들이 멈춘 건 자주 프로 경기에서 보이면서도 팬으로서 속터지게 하는 장면입니다.

2006년 월드컵을 기억하시나요? 스위스전에서 오프사이드라 생각하고 수비들이 다 멈췄다가 결승골을 먹혔던 장면을 잊으실 수 있나요? 그때와 똑같습니다. 스포츠의 철칙은 휘슬이 불 때까지 뛰는 겁니다. 미국 스포츠를 보면서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말인데, 이게 안 지켜진다는 건 참으로 씁쓸하군요.

아쉬운 건, 월드컵에서 잘 사용된 VAR이 왜 거기서 안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솔직히 VAR 규칙이 조금 이상해서 이게 리뷰가 가능한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황희찬의 기회에 대한 고찰

황희찬이 백패스 실수를 가로채 1:1 기회를 잡았다가 이상한 판단으로 날려먹은 부분은 아마 이 경기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자,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에 대한 제일 큰 문제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황희찬의 아이디어 자체는 축구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겁니다. 소위 말하는 농락 골이죠. 잘 될 경우, 100% 득점을 보장해주면서 상대에게 심리적 데미지까지 입힐 수 있는 플레이입니다. 그러나 이는 본인이 골키퍼와 수비를 둘 다 자신 쪽으로 끌어왔을 때 통하지, 수비가 오히려 뒤에 따라오는 선수에게 붙어 있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입니다.

사실, 이 장면에서 전 약간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축구 문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한국 축구계, 특히 팬들은 패배나 실수의 경우 실수의 마지막 순간에 실수한 선수에게 가혹합니다 (저도 솔직히 예외는 아닙니다). 슈팅을 날려먹은 공격수, 최종수비에 실패한 수비수가 제일 많은 비난을 받게 됩니다. 프로 선수인만큼 팬들이 무슨 말을 하던 크게 신경 안 쓴다면 좋겠지만,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황희찬의 머릿속에는 순간 "이 중대한 상황에서 1:1을 내가 날리면 난 죽은 목숨이다"라는 생각이 든 게 아닐까요? 이는 "그러니까 에이스인 손흥민이 처리하게 하는 게 여러모로 좋겠군."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 거고요.

솔직히 이 부분은 제 머릿속 음모론이라 봅니다. 그러나 결과의 잘못됨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좋은 점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사회 분위기는 사실이라 봅니다. 이는 결국 도전의 실종을 낳고, 도전이 없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 총평

박지성 해설위원이 한 말 중 이게 제일 적합한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축구의 수준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은 각오를 다진 듯 열심히 뛰었습니다. 판단력이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근성과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되찾고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도 한국의 전력에 더 알맞아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 언론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 경우의 수를 따지겠지만, 전 3차전은 오늘처럼 근성과 파이팅 있게 뛰면서 평정심을 갖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만족하겠습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같은 전통의 강호들도 문제가 발생하면 월드컵에 못 나오는데, 한국도 확실히 구심점과 체계를 잡아야만 2002년은 고사하고 2010년 정도의 활약이라도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아무튼, 선수들과 코치들 고생하셨습니다. 독일전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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