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어제도 역시 요란스러운 인사와 함께 그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이나 말투로 보아 기분이 다운되있는걸 알수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뚝뚝한 남친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해서 4가지 없는 직장 동료들에 대한 푸념을 한참 늘어놓고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총총히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off인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퇴근시간에 우리 가게에 들러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듯이 들려주곤 사라진다. 한동안은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알고싶지 않은 그녀의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혹시 나를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하는건가, 조금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혼란스럽기도 했다.
처음엔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이기에 친절함을 가장한 의무감으로, 가끔은 어줍잖은 연민으로 그녀를 상대했던것같다. 그녀가 왜 매일 우리가게에 들르는지 내게 왜 자신의 근황과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지 다른 손님과 바쁜 일들에 뒤섞여 그저 좀 이상한 손님들 중 하나 정도로 여겼던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거의 매일 우리 가게를 들렀고 이런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 친구라도 만난것처럼...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에게도 변화가 왔다. 그녀를 기다리고 안부를 묻고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럴때가 없었던가? 살아오면서 누구라도 붙잡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을 때가? 전화번호 연락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살펴봐도 딱히 떠오르는 그 누군가가 없었을 때가?
이상한 여자도 모자란 여자도 아닌 그녀는 단지 외로운 것은 아닐까? 그냥 단지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한것 아닐까? 큰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되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비냄새와 함께 요란스럽게 들어올 그녀의 표정이 기다려진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줘요~~~"라고 외치듯 들어오는 그녀가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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